코로나에…중고 기계설비 매물만 쌓인다

중진공 등록매물 48% 증가
구매수요 없어 가격은 폭락

경매로 나온 한 자동차 부품 업체의 공장에는 납품하지 못한 부품이 쌓여 있다. /양종곤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휴·폐업에 내몰리면서 중고 기계·설비 매물도 급증하고 있다.

29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고 기계 설비 거래사이트인 자산거래중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등록된 매물은 636건으로 작년 429건 대비 48% 급증했다. 2018년 376건에서 2019년 429건으로 1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매물이 팔려 등록이 삭제된 건수를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3년 자산거래중개장터가 개설 이후 최대치다. 장터에는 중소기업의 유휴자산 매물이 거래되는데 80%가 선반 기계 등과 같은 제조업 장비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한계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휴·폐업이 늘어나면서 중고 설비 매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일감 수주가 어려워지면서 경영을 포기한 제조 중소기업들이 생명과 같은 설비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고 매물이 쏟아져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경기 전망마저 부정적이다 보니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기업들도 매물로 나온 장비를 싸게 라도 구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서다. 중고 설비 거래시장 마저 꽁꽁 얼어 붙은 셈이다. 거래 자체가 없다 보니 신제품 가격의 절반에 거래되던 중고 매물이 올해는 더 낮은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A 업체 관계자는 “프레스장비 같은 자동차부품 제조기계 같은 경우 올해 매물이 나와도 수요가 없다”며 “올해 상황을 보면 내년에는 더 많은 중고 매물이 쏟아지겠지만, 거래는 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파산도 급증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법인파산 건수는 98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건(16%) 증가했다. 공장 및 공장용지 경매 물건도 월평균 4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공장 가동률 역시 70%를 밑돌고 있다 . 노민선 중기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고 설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경기침체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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