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 때리기 몰두한 사이 최악의 구치소 감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이 발견된 동부구치소에서는 29일 현재까지 76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미 전체 수용자의 30%가 피해를 당했는데 추가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급기야 29일에는 치료를 받던 수용자가 사망했다. 단일 시설로는 최다 확진자를 쏟아내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가 됐다.


동부구치소는 법무부 산하 국가 관리시설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방역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구치소 측은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는 특별 관리 대상인데도 마스크를 제때 충분히 지급하지 않아 수용자 보호·격리 조치를 게을리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전수조사를 조속히 실시하지 않은데다 현장 대책본부를 이달 중순에야 설치했을 정도다. 국민에게 으름장을 놓던 정부가 책무를 방기한 셈이다. 정세균 총리는 29일 “정부 직접 관리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수수방관해오다 사망자가 나온 날에야 뒤늦게 현장을 방문했다. 추 장관이 한 달 넘게 어떤 방역 조치를 지시하고 현장을 챙겼는지 궁금하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에 몰두하느라 정작 수용자와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가 일 평균 1,000명대의 확진자를 기록하는 동안 미국은 일 평균 23만 명을 기록했다.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국가 시설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자화자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국민은 곳곳에서 뚫리는 방역망을 통제하고 조속한 치료로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권이 권력 지키기에 매몰된 와중에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곳은 비단 동부구치소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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