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소득 계층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16년 간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 기간이 2년 가량 늘어난 것이다. 반면 올해 ‘엄빠’ 찬스로 아파트를 마련한 금수저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11월 간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증여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들어 ‘흙수저’와 ‘금수저’ 간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내집 마련, 16년간 월급 다 모아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 주거용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6.9% 올랐다. 서울 등 수도권의 상승률은 9.2%에 이르렀다.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전국에서 5.4%, 수도권에서 7.3%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7월 이후 월평균 약 1.4%의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보고서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매물이 늘면서 주택시장은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시작됐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된 뒤 전세시장 불안이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시장은 상승률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도 높아졌다. 올해 11월 기준 전국 PIR(3분위 소득·3분위 주택 기준)은 5.5년 정도지만, 서울은 15.6년으로 나타났다. 연소득이 3분위(5분위 중)인 중위 소득 계층이 주택가격 3분위(5분위 중)인 중간 가격대 서울 집을 사려면 연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15.6년간 저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15.6년은 2019년 1월(12.9년)보다 2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부의 대물림은 역대 최대>
반면 부의 대물림인 ‘증여’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8만 1,968건을 기록했다. 1~11월 누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아파트 증여는 현 정부 들어 크게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의 1월부터 11월까지의 증여는 각각 5만 9,962건, 5만 8,117건이다. 2015년(3만 349건), 2016년(3만 5,310건), 2017년(4만 2,209건)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다. 올해에는 8만 건이 넘는 아파트 증여가 이뤄진 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게 하겠다는 의도로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등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급 절벽 상황 속에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기대감과 과도한 양도소득세 부담 등으로 인해 많은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 등에 증여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매물 잠김 현상까지 발생한다. 결국 매도 물량을 통해 집값을 내리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증여로 인한 매물 품귀 현상을 낳아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는 시장의 비판이 나온다. /권혁준·양지윤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