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브릭웰은 사유지에 들어선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울타리를 없애 누구든 오갈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실제보다 훨씬 큰 공간감을 갖게 됐죠. 내 공간에 선을 긋고, 남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꽁꽁 싸매는 것 대신 문을 여는 ‘역발상’으로 오히려 주변 백송터와 골목을 흡수한 것입니다.”
통의동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의 이치훈(사진) 소장은 통의동 브릭웰의 특징을 ‘개방성’이라고 답했다. 사옥으로 기획된 건물이지만 오히려 공간을 대중에게 오픈해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릭웰은 대지 면적 560㎡, 연면적 996㎡의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밖에서 보이는 외관과 중정에서 느끼는 규모감은 실제 이상이다.
이 소장은 “건축주가 백송터와 연계된 공간을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며 “필지를 사무 공간으로 꽉꽉 채우지 않고 중정을 텅 비운 것도 실제보다 건물이 넓어 보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서울 도심에서 나오는 필지들의 크기는 대부분 중소형의 고만고만한 사이즈”라며 “규모의 한계 속에서 허용 용적률을 끝까지 채운 건물을 만들려고 하면 결국 찍어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건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통의동 브릭웰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건물에 전체적으로 곡선이 많다. 대표적으로 중정이 원형이고 중정과 나란히 있는 계단참도 나선형이다. 창문도 원형으로 많이 들어갔다. 네모 반듯한 건물을 만드는 것보다는 시공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벽돌도 다른 건물에서 사용한 적 없는, 강관에 꿰는 방식을 시도하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특히 벽돌이 시야를 막아 답답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인접한 주택가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가림막 역할도 해야 했기 때문에 중도를 찾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통의동 브릭웰에서 이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딜까. 그는 “통의동 브릭웰 중정의 가장 큰 매력은 층별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처음에는 3층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중정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1층 정원에 나무를 심고 나니 2층이 더 좋아졌다. 2층에서는 나무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나뭇잎이 풍성할 때에는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