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포함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정치 일정이 많다”며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 새해는 물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재보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이 줄을 잇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의 일방적인 입법 활동 등에 우려와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경제·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선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산업 안전과 집단소송제 관련한 법안과 정책 논의가 활발한데,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손경식 경총 회장(우측부터 두번째)./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역시 정치권의 기업 규제 법안 처리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손 회장은 “올해 상법,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입법화됐다”면서 “내년엔 민간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애가 되는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기업 세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대해 보완 입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집단소송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추가적 규제 입법도 산업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내년은 생사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면서 “국민과 기업, 정부가 삼위일체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 모른다”면서 “정부는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는 거두고, 더 많은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단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가운데)./연합뉴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막고, 기존 규제는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법 제정 논의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회장은 “귀책 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 파괴자로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기업은 멈추면 죽는다.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은 권력도, 정치도, 언론도,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모두의 것이며 그 어떤 오기와 독선, 몰지각도 이것을 넘을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경제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는 4년 연속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수출 강국 위상을 지켜냈다”면서 “우리 무역이 코로나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다자간 협력이 중시되고 디지털, 환경, 노동 이슈가 부각되는 등 기존 통상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른 무역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