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코스피지수가 2,87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웃음을 짓고 있다. /권욱기자
국내 증시가 거래 마지막 날까지 화려한 축포를 쏘며 한 해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폐장일에도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으며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특히 ‘동학 개미’들의 최선호 종목으로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005930)는 역사상 처음 8만 원 종가의 벽을 뚫고 강세장을 이끌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이 점차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 폐장일인 3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96포인트(1.88%) 오른 2,873.47로 끝냈다. 코스피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1년의 마지막 거래일만 놓고 봤을 때 이날 나타낸 상승률은 지난 2003년(2.31%)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30.8% 올라 G20 국가 중 주가 수익률 면에서 최선두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지난해 1,476조 원에서 1,981조 원으로 34.2%나 불어났다.
이날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중화권 증시 강세도 한국 시장 상승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비달러화 자산 선호가 부각하면서 강세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대형주들의 강세는 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셀트리온(-0.42%)을 제외한 9개 종목 모두가 상승으로 마감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장주’ 삼성전자의 강세는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가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45% 오른 8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달 28일 장중 처음으로 8만 원을 선을 넘은 적은 있다. 하지만 종가로 8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을 찍는다는 건 액면 분할 전으로 계산하면 주당 400만 원을 넘었다는 의미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내년 이익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업황을 감안하면 내년 9만 원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해를 마감하는 날까지 여러 기록을 쏟아낸 장세는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스피는 2003년 마지막 거래일 2.31% 급등한 뒤 2004년 첫 거래일에 1.3%의 강세를 이어간 바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3,000’이 이제 막연한 꿈의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당초 예상했던 내년 연간 전망을 수정하며 코스피지수의 타깃을 3,000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4분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 전반에 버블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경기 부양책과 백신 등을 감안하면 상승 랠리는 좀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1년 코스피 예상 범위의 상단은 3,100, 하단은 2,620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당초 예상 밴드 상단(2,800)을 웃도는 등 금융 위기 직후와 마찬가지로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저항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며 “PBR 1.2배를 넘는다고 가정하면 내년 코스피는 3,000포인트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