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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에 삼성전자(005930)나 TSMC 등에 뒤처졌다며 제조업 중단 등 전략적 대안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서드포인트는 인텔 지분 10억 달러 상당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대니얼 러브 서드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오마르 이슈라크 인텔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텔이 지난 5년간 동종 업체들의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서드포인트는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뒤 지배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거나 경영에 개입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러브 CEO는 인텔이 코어 PC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AMD에 빼앗기고 있는데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앱에 사용되는 컴퓨터 모델에서 우세한 반면 인텔은 이 초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브 CEO는 “인텔의 즉각적인 변화가 없다면 최첨단 반도체 공급에 대한 미국의 접근이 약화되고 PC부터 데이터센터, 주요 인프라 등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작동하는 데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동아시아에 더 많이 의존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애플 등 주요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텔은 경쟁사들보다 기술 발전에서 뒤처졌을 뿐 아니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고객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러브 CEO는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는 것처럼 인텔 역시 경쟁자를 고객으로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칩 디자이너 등 인재 이탈과 이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 저하, 회사가 쇠퇴하는 와중에 경영진에게 지급된 성과급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서드포인트는 인텔에 설계·개발부터 제조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적 사업 모델 재검토와 실패한 인수를 재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 등 전략적 대안을 평가하기 위해 투자고문을 둘 것을 촉구했다. 서드포인트 대변인은 인텔이 이 같은 요구에 답하기를 꺼릴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드포인트의 제안이 인텔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텔은 이미 서드포인트가 제안한 구조 조정 아이디어를 고려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칩 제조사업부와 칩 설계사업부 분리가 주주 가치를 높이는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텔은 서드포인트의 요구에 대해 “주주 가치 제고와 관련된 모든 투자자의 의견을 환영한다”며 “이러한 목표를 향한 서드포인트의 아이디어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