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기에 살아야 하는 생의 불편함에 대해

■ 책꽂이-태어났음의 불편함
에밀 시오랑 지음, 현암사 펴냄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나를 견딥니다’ 라고 답하는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1911~1995)은 극단적 비관주의자다. 그에게 생의 가장 커다란 비극은 인간이 의식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의식을 가졌기에 진보했지만, 그 진보는 구원의 열쇠가 아니라 파멸의 경사로를 만든다고 그는 주장한다. 1973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유럽 지성계에 파란을 일으킨 시오랑의 대표작이 김정란 시인의 번역으로 새로이 출간됐다. ‘내 생일날의 고독’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등의 제목으로 번역된 이전 판본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원제로 출간됐다. 생의 조건을 생사고락으로 보고 태어남의 고통을 맨 앞에 둔 것이 부처의 관점과도 일치하지만 시오랑은 생의 문제에 매달리기에 실존주의 쪽에 더 가깝다. 1만7,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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