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차 접종간격 英 12주…韓 6주?

6~12주 간격 예방 효과 비교우위 불확실
감염 확산 거센 英, 1차접종 속도전 사활
韓, 임상서 효과 비교한 6주·9주 택일할듯

영국 정부가 4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1차·2차 접종간격을 12주로 할 것을 권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간격을 어떻게 설정할 지도 관심거리다.

논란은 임상시험에 적용된 접종용량과 접종간격이 다양한데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당초 4주 간격 접종을 계획했고, 11월 이를 기준으로 감염예방 효과(2차 접종 14일 이후 기준)를 발표해 혼선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기존 백신의 접종간격이 3~4주인 경우가 많고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 접종간격이 각각 3주, 4주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1차·2차 투여량도 동일했다.

*예방 효과는 2차 접종 14일 이후 기준

지난달 저명 의학 저널 ‘랜싯’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중간결과 논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임상시험 중 1차·2차 투여간격과 투여량을 수정했다. 영국·브라질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 필요한 백신을 접종간격 4주에 맞춰 생산·공급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내 임상시험에서 90%의 감염예방 효과를 보인 ‘1차 저용량(표준용량의 2분의1)+2차 표준용량 투여군’의 접종간격은 53%가 12주 이상, 99%가 9주 이상이었다.

영국에서 2회 모두 표준용량 투여군의 감염예방 효과는 접종간격 9주 이상(비중 60.5%)이 65.6%로 전체(6주 미만 19%, 6~8주 20.5%, 9~11주 26%, 12주 이상 34.5%) 평균인 59.3%를 웃돌았다. 영국·브라질을 합친 표준용량 투여군 평가에서도 접종간격 6주 이상의 감염예방 효과(65.4%)가 6주 미만자(53.4%)보다 높았다.


1차 접종 12주 후 2차 접종을 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할 나름의 근거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논문에는 최적의 접종간격이 6주인지, 9~11주인지, 12주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간격 확대 방침을 설명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간격을 12주로 할 때 면역 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4주 간격 접종시 예방 효과가 평균 70%(저용량+표준용량 90%와 표준용량 62%)라고 발표했는데 이보다 좋은 성적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감염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일 4만∼5만명대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 1차 접종인원이라도 빨리 늘리는 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최고 의료책임자들은 의료종사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방어의 대부분은 1차 접종 이후 이뤄진다”며 정부의 조처를 옹호했다. 영국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 위원인 웨이 셴 림 노팅엄대학병원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 22일째부터 면역 효과가 나타나 최소 3개월은 지속된다”면서도 “다만 2회차 접종은 여전히 중요하며 면역효과를 나타내는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하 수십도의 특수 유통·보관설비가 필요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달리 냉장유통·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접종속도를 높이는데 훨씬 유리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5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에서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영국 정부는 1차 접종을 가속화하기 위해 12주 뒤 2차 접종을 권고했다. 하지만 6~12주의 접종간격 간 비교우위가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2회 백신을 접종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더 단단히 붙는 중화항체를 형성하고 항바이러스 면역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며 접종간격으로 12주를 권고한 영국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비상상황이 아니면 6~9주로 당겨 면역력을 확실하게 키워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화이자 mRNA 백신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1차 접종의 감염예방 효과는 평균 52.3%였는데 접종 12일까지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2차 접종의 예방 효과는 접종 후 2~6일이 90.5%, 7일 이후가 94.8%였다. 1차 접종 후 12일 동안은 효과가 거의 없고 95%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려면 4주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3종의 코로나19 백신은 1차 접종 후 면역반응 과정에서 형성된 중화항체의 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든다. 이 때 2차 접종을 하면 1차 면역반응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2차 면역반응이 유도돼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인체 세포를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중화항체의 양과 질이 동시에 향상된다. 면역반응 유지 기간도 길어진다. 1차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분비하는 혈장세포(plasma cells)와 기억(Memory) B세포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T세포(CD4+ T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장세포는 생존기간이 짧은 것과 오랜 기간 생존하는 세포로 구성되는데 CD4+ T세포는 오래 생존하는 혈장세포의 형성을 도와 2차 접종시 항체의 양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억 B세포는 항원에 더 단단히 붙을 수 있는 항체를 형성, 중화 기능이 더욱 향상된 항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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