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더 더블유’/연합뉴스
2020년에 정부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도시지역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기존의 청약 당첨 이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대폭 늘린 것이다.
이미 서울은 규제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단지가 자취를 감추면서 분양권 거래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방에서 분양권 전매로 나온 매물이 신고가에 거래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규제가 나오기 직전 분양을 마친 분양권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월 평균 1.1%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가 시행된 후인 10월 이후(11월까지) 월간 평균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상승률이 네 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울산(1.1%→3.1%) 대구(0.6%→1.9%) 광주(0.3%→1.0%) 등의 아파트값도 뛰었다.
분양권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거래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서다. 부산 동구 일대에 위치한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전용 74㎡ 분양권은 7억 8,475만원(27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층의 분양가가 3억 7,16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값은 2년 만에 두 배 넘게 올랐다.
대구 북구에 있는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전용 84㎡ 분양권도 7억 5,767만원(29층)에 팔렸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는 5억 6,600만원선이었다. 7개월만에 33.9% 상승했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기존 아파트는 물론 분양권 가격까지 급등하는 분위기”라며 “분양권 가격과 분양가 사이의 갭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분양시장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는 분양시장의 열기도 잡지 못하고 있다. 규제 이후 오히려 집값이 뛰자 수요자들이 투자 목적이나 실수요 목적을 가리지 않고 분양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청약접수를 받은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사하’가 평균 16.3대 1의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였다. 이는 2016년 이후 사하구 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1순위 청약에만 1만 4,355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자연스레 지방 집값에 대한 전망도 ’보다 오를 것‘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껏 25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세를 잡지 못하고 실패했다”며 “지역별로 규제를 강화할수록 소비자들이 규제 지역을 ’정부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 검증한 지역‘이라고 보는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