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인 송예환 디자이너
컴퓨터와 늘 함께 일하고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다니지만 인쇄매체를 주로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웹 디자인의 세계는 알 듯 말 듯, 가까운 듯 먼 듯한 분야다. 기성 매체가 아닌 뉴미디어의 크리에이터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을 담아낼까. 타이포그래피와 코딩을 접목한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신선한 웹과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는 송예환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역동적인 인터랙티브 요소들이 선보이는 웹 시각물은 그 누구도 정의 내리지 않는, 내릴 수 없는 독창적인 예술 공간이다. 송예환 디자이너의 뉴미디어를 향한 새로운 움직임은 움직임(MOVEMENT)과 함께 한다.
◇작업실 이야기-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공간
A. 일단 집이랑 가까워요. 원래 망원에서 지내다가 이쪽으로 이사 왔습니다. 사실 저는 계속 외국을 왔다 갔다 해서 이쪽에 자리 잡게 된 지 1년이 채 안 됐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언제 다시 나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전까진 이곳이 저의 보금자리가 될 것 같아요.
Q. 작업실 근처에 가장 좋아하는 맛집이나 힐링 장소가 있을까요?
A.전 항상 파리바게트만 가요. 칵테일 새우가 들어있는 샐러드가 맛있거든요(웃음). 또 홍대에 쿄베이커리 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도 맛있어요. 주로 빵을 좋아합니다. 또 작업실에서 밤을 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을 마치고 자주 한강에 가요. 여기서 한강도 꽤나 가깝거든요.
Q. 학부생 시절부터 다양한 국가의 기관이나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하셨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A. 저는 뉴욕이 가장 좋았어요. 언제 어딜 가서 누굴 만나도 항상 놀라움이 있었던 곳이에요. 자기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거든요. 사실 뉴욕은 물가도 비싸고 팍팍해서 마냥 살기 좋은 곳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꿈이 있어서 모인 사람들이 밝게 빛날 수 있는 무대였죠.
Q. 해외 무대와 비교했을 때 한국 무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한국은 개인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가 개발과 디자인을 함께 다루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활동이 드물었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더라고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이런 활동을 아직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 재미있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직접 아웃풋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정해진 시간이 너무 타이트하기 때문에 저도 자유롭게 기획을 하고 제안을 하기 힘든 편이에요. 크레딧이 아직도 영상디자이너로 올라갈 때도 많아요. 아직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의 분야라서 그런 것 같아요. 좀 아쉽죠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웹디자이너·개발자 혹은 웹디자이너로 불리면 좋겠습니다.
◇작업 이야기-타이포 조각이 그리는 웹과 모바일 시각물
A. 재밌는 것을 찾아서 하다 보니까 영상을 하기 시작했고 코딩까지 하게 됐어요. 그런 작업들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웹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자연스레 뭔가 재밌는 것들을 계속 만들고 싶었어요. 그 ‘재미있다’라는 것이 어느 정도 사용자들이 참여를 해야 더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Q.롤 모델이 있다면요?
A. 가장 실험적인 웹 디자인은 ‘타이포잔치’에요. 특히 강이룬 디자이너의 ‘도시 건축’ 작업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완전히 반해버렸죠. 그때 임팩트가 굉장히 컸어요. 주변에 학교 교수님께 어떤 분이냐고 많이 여쭤보고 연락드리기도 할 정도로요. 강이룬 디자이너가 보통 뉴욕에서 활동하시는데 마침 그 당시에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많이 하실 때였습니다.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Q. 스스로 정의 내리는 본인의 분야는 무엇인가요?
A. 제 분야가 정확히는 인터랙션 디자인이나 미디어아트 쪽은 아니고 웹을 만드는 분야인데요. 저는 웹이 항상 너무 템플릿 중심이고 사용자에게 무언가를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껏 정해져 있는 구조의 웹을 사용해온 사용자 입장에서는 잘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불편한 것들이 무척 많아요. 다양한 옵션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적응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이런 것에 반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Invisible City Seoul
A. 한글은 웹에서 사용하기 참 힘들어요. 웹에서 변환이 안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한글로 구성된 웹사이트를 만들 때는 사용할 수 있는 폰트의 범위가 상당히 많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앱용 서체 구매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도 부족하고요. 조합이 영문에 비해서 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용량 또한 무척 큽니다. 압축이 되어있는 무료 서체로는 본고딕 스포카산 한산스 정도가 전부고요. 그 외적인 폰트들은 사용하게 되면 속도가 느려져요. 외국에서는 구글폰트가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폰트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모토로 구글에서 그런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 중인데 한국은 아직 그런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Q. 반대로 관심이 가는 아날로그적 분야는?
A. 기술적인 아날로그를 좋아해요. 컴퓨터를 손으로 만지고 직접 조립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웃음).
Make Your Own Play
◇앞으로의 이야기-움직임을 향한 움직임
Q. 작업을 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이 일을 하는 게 어떤 movement의 개념으로 하고 있거든요. 요즘 웹상에서의 정보들이 사람들에게 주입식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런 것에 반하는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커요. 저는 그래서 이걸로 수입이 많지 않더라도 변심하지 않고 계속 해나갈 생각이에요.
Q.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꿈꾸고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면?
A. 다양한 웹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0.1초 느리다고 ‘좋지 않은 웹사이트다’ 라고 판단하지 않고, 독특하지만 개성 있는 웹사이트 환경도 수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이미 인쇄 포스터나 북디자인에는 다양한 디자인이 구현되고 있고 그것들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나 사용자가 있잖아요. 웹 디자인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쪽 동네에서 디자이너로 지내면서 한강이나 파리바게트보다 더 재밌는 공간들을 많이 찾아보고 싶네요(웃음).
*송예환 디자이너의 모션 작업은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선아기자 schatzs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