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법인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법인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지역보다는 지방에서 법인 발(發) 매도가 더 두드러졌는데, 이 같은 매물을 대부분 개인이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인에 대한 세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집값 하락 효과를 기대했지만 전국적인 부동산 열풍으로 법인 매물을 개인이 사들이면서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공고한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거래된 법인 발 아파트 매물은 총 6,342건이었다. 10월 수치인 4,865건보다 30.4% 늘어났다. 법인 발 아파트 매물은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건수와 법인이 법인에게 매도한 건수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는 지방에서 더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법인 매물 거래량은 82건에 그쳤지만 11월 들어 850건으로 936.6%나 늘었다. 세종도 6건에서 43건으로 616.7% 증가했고, 경북도 207건에서 600건으로 189.9%, 강원은 157건에서 401건으로 155.4%나 늘어났다. 울산도 120건에서 262건으로 118.3%나 증가했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21.9%(183건→223건)과 21.0%(1,237건→1,497건)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정부는 법인의 주택 매수 문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통해 종부세 등 각종 세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개인의 경우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종부세율이 올라가지만, 법인은 가격과 상관 없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법인 주택의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면 6%가 적용된다. 법인이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양도세 성격의 법인세도 크게 오른다. 현재는 법인이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에 기본세율 10~25%를 적용하고 주택 처분시 추가로 10%의 세금을 매겼지만, 내년부터는 주택 처분시 적용되는 세율이 20%로 늘어나 법인 주택 양도차익에 최대 45%의 세금이 매겨진다. 법인의 세부담이 높아지면서 연말까지 법인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수도권 시장보다는 지방에서 법인 매물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지방에 대규모로 풀린 매물은 대부분 개인이 사들였다. 11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거래된 법인 발 물량 4,449건 중 4,040건이 개인에게 팔린 것이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매물이 쌓이게 되면 집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지만, 법인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면서 집값 하락 효과도 미미했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방으로 매수세가 쏠렸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지방의 매매수급지수는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12월 둘째 주에는 역대 최고치인 114.2를, 그 다음주에는 114.0을 기록한 것. 매매수급지수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 수준을 나타내는 0~200사이의 지수로, 해당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넘어서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은 만큼 지방 아파트 값도 계속 상승폭을 넓혀가고 있다. 12월 둘째주에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0.38%을 기록한 데 이어 그 다음주에도 0.37%이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