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웨인 카운티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 간호사가 주민에게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으로 후각 소실을 소개하며 대개 병의 치료로 수주 안에 증상이 완화되지만 일부 환자들은 영구적 소실이 발생한다고 2일(현지시간) 전했다. 하버드대 의대의 산딥 로버트 다타 신경생물학 부교수는 이에 대해 “공중보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고려하면, 후각 소실이 오래가는 환자 비율이 고작 10%더라도 수백만 명에 해당한다”라고 경고했다.
후각소실 환자들은 페이스북에서 “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집 냄새를 못 맡아서 집에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밖에 나가면 상쾌한 공기나 풀, 비 냄새가 안 나요”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의 후각이 회복되지 않는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 더 쌓일 것이란 우려에 전문가들은 급급히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영구적인 후각 소실은 일상 자체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음식의 다양한 맛을 인지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후각이 사라져 당장 식욕이 감퇴할 수 있다 이는 영양 부족이나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를 초래해 건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혀에 있는 미각 세포로는 신맛, 짠맛, 단맛, 쓴맛 등 기초적인 맛만 느낄 수 있어 ‘먹는 즐거움’을 누리기엔 한계가 있다.
후각 소실은 감정과 삶의 질에도 큰 여파를 미친다. 다타 부교수는 “냄새가 기억,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사람의 정서적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후각 소실이 사회적 고립, 무쾌감증(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anhedonia)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영국 연구자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후각 소실을 겪는 환자들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사회활동에서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후각이 사라지면서 타는 음식 냄새, 음식 상한 냄새 등을 맡지 못해 일상에서 예기치 않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뉴욕시 퀸즈 주민인 미셸 밀러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 걸린 후 현재까지 후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최근 집 부엌에서 가스가 샜지만 냄새를 맡지 못해 가족이 급히 밖으로 피신시킨 일을 겪었다. 그는 “냄새 못 맡고 맛 못 보는 것과 별개로, 이건 생존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