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아" 정인이 양부모 학대 정황에 네티즌 분노 폭발(종합)

입양되기 전 정인이 모습(왼쪽)과 입양된 후 정인이 모습/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여러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양부모의 학대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입양 전 이름)양 사건을 두고 네티즌의 공분이 확산하는 가운데 법원에 진정서를 쓰자는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등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정인이 진정서 양식 파일’을 게재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주민번호 앞자리와 주소, 전화번호, 쓰고 싶은 내용 등을 작성하고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이에 대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정서 작성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인이 진정서 작성 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게시물에서 글쓴이는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공판 일주일 전인 1월6일까지 진정서가 도착해야 한다”면서 “양부, 양모 각각 보내달라. 1만개 정도 되어야 효력이 있는데 아직 200통이라고 한다. 프린트나 자필 상관없이 양식만 지키면 된다”고 적혔다.

그러면서 진정서에 포함해야 할 내용 설명도 덧붙였다. “엄마의 마음으로 감정에 호소해 달라”, “글 솜씨가 없어도,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도 진실한 마음으로 쓰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진정서에는 사건번호, 피고인 이름, 진정인 이름, 내용, 날짜 등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도장이나 사인 인장 등도 꼭 찍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일 생후 16개월인 정인이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숨진 사건을 다뤘다.

정인이는 생후 7개월쯤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불과 271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인이의 사망을 두고 양부모는 사고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인이의 사망 당시 응급실에서 정인이의 상태를 진료한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날 방송에서 정인이의 배를 찍은 사진과 관련, “이 회색음영 이게 다 그냥 피다. 그리고 이게 다 골절”이라면서 “나아가는 상처, 막 생긴 상처.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라고 분노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연합뉴스

이어 남궁 의사는 “사진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면서 “갈비뼈 하나가 두 번 이상 부러진 증거도 있다. 온 몸에서 나타나는 골절. 애들은 갈비뼈가 잘 안 부러진다. 16개월 아이 갈비뼈가 부러진다? 이건 무조건 학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결정적 사인은 장기가 찢어진거다. 그걸 방치했다. 바로 오면 살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방송에서는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CCTV도 공개됐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정인이의 모습을 본 소아과 전문의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 정서 박탈이 심해 무감정 상태일 때 저런 행동을 보인다”고 상황을 짚었다.

당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정인이를 안아주며 세워줬지만 정인이는 걷지를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인이의 볼록한 배를 본 배기수 교수는 “장이 터져서 장 밖으로 공기가 샌 거다. 통증 중 최고의 통증일 것”이라며 “애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굉장히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는 MC 김상중은 “아이의 얼굴 공개를 두고 깊고 길게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그늘져가는 걸 말로만 전달할 수 없었기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상중은 이어 “같은 어른이어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늦게 알아서, 정인아. 미안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은 정인이가 입양된 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의 아동학대를 당한 징후들을 자세하게 다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아동학대 정황 의심 신고를 세 차례 받고도 양부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의 내용도 방송에 담겼다.

이 부부는 입양 후 입양 가족 모임에 참석하며 입양아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EBS ‘어느 평범한 가족’에도 출연하며 “입양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라며 입양을 권하기도 했다.

이같은 양부모의 모습과는 달리 정인이의 몸에는 멍과 상처 투성이었으며 소아과 전문의와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동학대를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정인의 양부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결국 정인이는 지난해 10월13일 서울 목동 한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는 장기가 찢어져 복부 전체는 피로 가득 차 있었고, 골절 부위도 여럿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 11월 정인이의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와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부는 아동학대 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와 관련, 정인이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20일 답변 요건인 동의자 수 20만명을 넘긴 23만명으로 마감됐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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