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자, 시장을 지배한다"...기업들 '플랫폼 패권 전쟁' 후끈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 판을 깔자]
<상> 혁신 플랫폼 선점하라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잡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지원
6개월만에 200만명 회원 모아
카카오는 車 등 구독서비스 선봬
AR·AI 등 첨단기술과 접목도


지난 10년 간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기존 산업의 가치 사슬이 바뀌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도 혁신을 거듭했다. 글로벌 인터넷 경제를 호령했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도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시장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형태로 트랜스포메이션 하지 못한다면 출시한 지 얼마 안된 파격적인 서비스라 할 지라도 ‘화석’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경제는 새해를 맞아 생존을 위한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걸림돌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국내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인 간 거래의 대표 플랫폼은 ‘중고나라’였다.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방대한 이용자들이 참여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을 신뢰하기 어렵고, 택배로 물품을 주고받는 경우 입금과 물건 수령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새로 출현한 ‘당근마켓’은 중고나라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 들었다. 이용자를 중심으로 최대 6㎞ 반경으로 거래 범위를 좁히고 ‘이용자 매너지수’를 도입해 커뮤니티의 지역성을 크게 강조했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1,2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이용자들이 월 평균 24회 방문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11월 영국·캐나다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당근마켓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선점’과 ‘혁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플랫폼은 많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산업으로 진화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세계 시가총액 10위에 든 기업 중 7곳이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빅테크 기업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S&P 500 지수에서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선점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공식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3년간 선제적으로 1,900억여원을 투입해 창작자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등 SME(온라인 중소상공인)를 지원했다. 그 결과 네이버가 확보한 SME와 창작자 수는 640만명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6월 플러스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6개월 만에 2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카카오(035720)도 지난해부터 커머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물하기·추천하기 등 이용자 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전·자동차·가사도우미 서비스 등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플랫폼의 생각법 2.0’ 저자인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특징이 독점을 지향하다 보니 누가 가장 빠르게 전체 시장을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사람이 모이면 플랫폼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가속도가 붙는데 이는 경쟁자를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혁신이다. 아예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도입하거나 기존 서비스의 불편을 개선하는 혁신에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움직인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중고거래 대명사로 떠올랐던 중고나라가 당근마켓에 시장 지배력을 내준 것은 바로 정체된 혁신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최근 플랫폼 혁신 분야에서 가장 큰 트렌드는 증강현실(AR)·핀테크·인공지능(AI)첨단 기술과의 결합이다. AR 기술이 개화하면서 다양한 산업계의 플랫폼 사업 접목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VR 기술을 온라인 모델하우스에 도입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시공 및 인테리어 요소들을 찾고 자재 납품기업들과 협력을 펼친다. 이미지·음성 인식률에서 혁신적인 기술 성과를 일궈낸 AI는 플랫폼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환자의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영상을 AI가 분석해 각종 질환 가능성을 골라내는 플랫폼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플랫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혁신과 선점에서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이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데이터 기반 플랫폼 시장이 2020년 24억 달러(2.6조원)에서 2025년에는 103억 달러(11.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디지털 커머스 분야는 74억 달러(8조원)에서 188억 달러(20.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가 데이터 기반 광고와 커머스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2025년 이 시장은 최소 30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10년간 디지털 경제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가치의 60~70%는 플랫폼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제품 품질·신뢰도·배송을 중시했던 기존에 커머스 시장에서 빅테크 플랫폼이 콘텐츠 ·추천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기존 사업자 잠식도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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