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과 고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매출과 손익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 비전 달성을 위해 디지털 전환, 신규사업 발굴, 조직문화 변화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 정지선(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21년 새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성장’의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2010년 1월 백화점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에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추가해야 한다는 전략을 선언한 지 10년 만에 다시 그룹의 10년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백화점그룹이 4일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해 오는 2030년 매출을 40조원대로 키운다는 내용의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주춤한 가운데 10년 후 매출 규모를 지난해 20조원의 2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규 투자와 M&A를 꺼내 들었다. 이미 경쟁력은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백화점 중심의 포토폴리오에서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제시하며 한섬, 리바트 등 10여 건의 굵직한 M&A에 성공했다. 매출 규모는 2010년 7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원까지 늘었고 재계 순위 역시 22위(2019년 자산 기준)로 2010년(30위)보다 8계단 상승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부문은 e커머스와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현대백화점은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과 온라인식품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라이브 커머스 사업도 확대한다. 뷰티·리빙·패션 상품 등을 판매하는 ‘근린형 유통 플랫폼’과 상권 특성에 맞춰 식음료(F&B)를 판매하는 ‘푸드 플랫폼’ 진출도 계획 중이다. e커머스 시대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현대홈쇼핑은 방송 상품 중심 전문몰과 패션·뷰티 전문몰 구축, 패션·뷰티·건강기능식품 사업 진출도 검토한다. 적자 폭을 줄인 면세점 역시 고삐를 죈다. ‘글로벌 톱10 면세점 진입’을 목표로 국내 면세점 특허 추가 획득과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유통 부문은 이를 통해 현재 13조2,000억원대인 매출 규모를 2030년 29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패션 부문은 한섬의 고급화된 이미지를 지렛대로 새로운 패션 브랜드는 물론 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다. 패션부터 뷰티, 디자인 소품까지 종합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8,000억원 많은 약 2조원대로 제시했다. 아울러 리빙·인테리어 부문은 매출 규모도 현재 2조6,000억원에서 두 배 수준인 5조1,0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리바트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홈’ 구현에 나서고 현대렌탈케어는 환경, 위생케어(방역), 홈케어(보안) 등 연관 사업 진출을 검토해 시너지를 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특히 미래 먹거리가 될 신수종 사업으로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을 선정하고 관련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가정용 의료기 등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헬스케어 스토어 등 전문 플랫폼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바이오 사업은 지난해 인수한 현대바이오랜드(옛 SK바이오랜드)를 중심으로 의약품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항산화·피부개선·세포치료제·상처 치료용 소재 등을 개발·제조할 방침이다. 현대바이오랜드가 원료 중심이었다면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약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대체 가공육·생활폐기물 처리 등 친환경 사업과 노후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케어 솔루션 플랫폼’ 사업 등 고령친화 사업도 추진한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