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4% "올 성장 2%대"…V자 반등기대 접어

[본지, 주요 119개 기업 설문]
■국내경제 전망
소비부진·심리 악화 등 경제 비관
점진회복 76%…장기 침체도 16%


정부와 청와대가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세계 평균 성장률(5%)의 절반 수준인 3%대로 전망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보고 있다.

64%에 달하는 기업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대 초반’으로 점친 기업이 23.1%로 가장 많았으며 ‘2%대 중반’과 ‘2%대 후반’을 꼽은 기업이 각각 20.5%, 20.5%였다. ‘1%대 초반(7.7%)’ 등으로 더욱 눈높이를 낮춘 기업들도 많았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불안한 경고다.


올해 국내 경제의 ‘V’자 반등을 예상하는 기업은 7.6%에 그쳤다. 76.5%는 ‘나이키’ 형태의 점진적 회복을 예상했다. 지난해 후퇴한 국내 경제의 기저 효과를 고려해도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L자’형 장기 침체 예상도 16%에 달했다. 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소비 부진(22%)’을 꼽았다. ‘민간 주체의 경제 심리 악화’라고 응답한 비중이 18.6%로 두 번째였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무역 분쟁이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고 언제 다시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31.9%)’를 꼽았다. 기업의 76.3%는 올해 세계 경제가 ‘나이키’ 형태로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고 ‘L자’와 ‘V자’로 예상한 기업은 각각 11.9%였다.

기업들의 56.8%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50~1,100원으로 전망했다. 1,100~1,150원대라고 응답한 비중은 23.7%였으며 15.3%는 1,000~1,050원 미만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33.9%는 감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이 1,000~1,050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52.3%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60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