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국제공항에서 2일(현지 시간) 여행객들이 가방을 끌고 지나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뉴욕증시에서의 중국 기업 퇴출 등 미국의 잇단 공세에 국내 경제 육성과 친중국 국가 확대 등 양면 전략으로 방어하고 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상대적으로 빨리 진정시킨 후 경기 회복에 나선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추가 증시 퇴출 등 자본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까지 불사하며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응책이 만만치 않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부터 9일까지의 일정으로 나이지리아·콩고·보츠와나·탄자니아·세이셸 등 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들어갔다.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것은 지난 1991년부터 이어진 중국 외교의 ‘전통’이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프리카를 찾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이번 순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호를 강화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서울경제DB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논평에서 “중국은 올해 지속적으로 정상 외교를 바탕으로 주요 대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또 주변국·개발도상국과의 우의와 단결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1월 동남아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데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30일에는 7년여를 끌어온 중국·유럽연합(EU) 투자 협정에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도 코로나19 진정세를 바탕으로 경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공개된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0으로 8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금융 정보 업체인 차이신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여전히 지속적인 회복 국면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신년 연휴(1~3일)의 중국 국내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도 보도했다. 지난 1일 중국 국내 박스오피스는 5억 9,200만 위안(약 994억 원)으로 역대 새해 첫날 수입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마지막 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3대 통신 회사의 상장 폐지 방침을 결정한 데 이어 석유 회사들이 다음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헤닉 펑 애널리스트는 “국유 석유 회사인 중국해양석유와 시노펙 등이 NYSE의 다음 퇴출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확대될 경우 미중 간 자본시장 디커플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들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국 군부와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차이나모바일 등의 퇴출에 대해 “보복할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조치를 평가절하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대변인은 3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보도 자료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3대 중국 이통사들의 주식 규모가 합산 200억 위안(약 3조 3,000억 원) 정도로 총 시가총액의 2.2% 수준”이라며 “미국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회사의 주식 대부분은 상하이와 홍콩에서 거래된다.
다만 이러한 뉴욕증시 퇴출 작업이 다른 중국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하고 있다. 현지 금융 관계자는 “미국의 퇴출 작업이 글로벌 투자가들의 이탈로 이어져 자본시장을 통한 첨단 기업 육성이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