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에 성장률·소비 회복...월가도 올 인플레 2.5%<수십년 만에 최대치> 예측

[전미경제학회, 인플레 경계]
파월 2% 이상 물가상승 용인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겠지만
인플레 지속 가능성 유의 필요
고용·소득·소비 양극화 넘어
코로나 교육격차 심화까지 초래

미국 플로리다주 리스버그의 레이크-섬터 대학 캠퍼스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1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차에 탄 주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AP연합뉴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증권투자회사 도지앤콕스의 호세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 등이 3일(현지 시간)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온라인으로 공개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치사율과 경제적 활동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스페인 독감의 교훈’이라는 강연에서 “스페인 독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질병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각종 치료와 정부 지원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진의 1인당 경제성장률(GDP) 하락과 인플레이션 상승 같은 분석치가 코로나19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추정치인 2%의 독감 사망률을 0.5%로 잡으면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 폭이 20%포인트가 아닌 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높았던 인플레이션은 이후 떨어졌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줬으며, 여기에서 시사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월가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여행과 외식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1·4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당초 3%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수준이다. 월가에서 수십 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가장 크게 우려하는 짐 비앙코의 예측치가 2.5%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 이상 물가 상승률 용인과 완전 고용 수준에 이를 때까지 완화 정책 유지를 공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 2000년 이후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 안팎에 머물렀다. 다만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AEA 연례 총회에서는 인플레이션 외에도 코로나19의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록다운(폐쇄)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 중순 기준 1월 대비 -13%를 기록했던 소득 상위 1분위(전체 4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에서 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조치에 항의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는 극우단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극좌단체의 충돌을 경찰이 막고 있다. 오리건주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과 술집의 실내 영업을 금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분위)의 고용이 연말인 지난해 11월에는 연초 대비 1%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소득 하위 계층은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4분위는 지난해 4월 고용률이 1월 대비 -37%였고 연말에는 -19%였다. 소비 역시 최상위층은 지난해 10월 현재 12.7% 증가했지만 최하위층은 13.3% 감소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상위층의 온라인 수학 수업 완료율은 지난해 12월 현재 1월 대비 -1.8%지만 최하위 계층은 -19.9%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폐쇄 뒤 소득수준별로 가정에서의 관리와 사교육 여부가 극명하기 갈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정 리우는 “팬데믹은 격리 등의 문제로 자동화 수요를 늘리고 이는 생산성과 고숙련자의 급여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떨어져 소득 불균형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록다운 조치의 효과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다비드 퍼체리는 경제활동 규제와 이산화질소(NO2) 배출량이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대중교통 운행 중단과 자택 대기 명령이 규제 도입 30일 후 NO2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운행 중단은 자택 대기 명령보다 1.14배, 행사 취소 대비 3.2배나 배출량 감소가 많다.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큰 셈이다.

감염자 수 감소 효과는 학교 폐쇄가 가장 컸다. 그는 “학교 폐쇄와 공공 행사 취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경제활동 감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방법”이라며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직장 폐쇄와 해외여행 금지가 가장 비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실업 급여 확대와 현금 직접 지급 같은 재정 정책은 코로나19에 큰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 일본과 미국을 제외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낮을수록 대규모 정책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닐 메로트라는 향후 경제 상황과 프라이머리 서플러스(이자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재정 흑자) 등을 따진 결과 미국 정부의 재정 한계가 GDP 대비 150~220%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GDP 대비 연방 정부 부채 비율은 100% 수준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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