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200여 곳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무더기로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자릿수가 넘는 대부업체들이 제재심에 한꺼번에 오른 경우는 이례적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 수익성이 악화한 대부업체들의 부실이 수면 위로 대거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대부업체 208곳에 대한 제재심 결과를 공지했다. 이 중 폴라리스대부·투피엠대부·티오비자산관리대부·더하이원크라우드대부 등 4곳에 대해서는 대부업자의 연락 두절 등 소재지 불명을 이유로 등록취소 조치가 내려졌다. 중징계인 등록취소는 가장 높은 수위의 기관 제재로 제재심 결정 이후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렌딧소셜대부, 아나리츠캐피탈 등 60여 곳도 대부업자의 변경 등록 의무 위반 등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고 절반 이상은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의 법규 위반 행위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은 지난 2019년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업무 보고서 누락부터 대부업체의 소재 불명까지 크고 작은 위법 사안이 발견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 주소지에 존재하지 않는 대부업체에 대한 등록취소 등의 징계 조치는 이미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체의 경우 업무 보고서 누락 등의 이유여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법정 최고 금리 인하와 맞물려 궁지에 몰린 대부업체들의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올 하반기 법정 최고 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됨에 따라 주요 대부업체들은 2019년부터 이미 신용대출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2018년 17조 3,487억 원에서 지난해 6월 말 15조 원으로 줄었고 대부업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221만 명에서 157만 명으로 29% 급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 금리가 20%로 낮아지게 되면 영세·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마저도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