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發 지각변동...삼성·SK, 5나노·176단 낸드 속도 낸다

[2021 주력산업 도전과 응전] <2>반도체


3년 만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찾아왔지만 이를 대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 한 해 역대 최대의 반도체 인수합병(M&A)이 이뤄진 데 따른 지각변동과 함께 경쟁자가 늘어나며 한시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슈퍼사이클의 성격도 지난 2018년과는 다르다.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맞이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도전과 응전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평택 2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5나노 미세 공정 등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M&A 올해도 지속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M&A 규모는 1,150억 달러(약 124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도체 큰손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열리는 신시장 개척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M&A 빅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44조 원에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을 인수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SK하이닉스(000660)도 10조 원에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여기에 애플과 MS가 지난해 12월 더 이상 칩 생산을 인텔에 맡기지 않겠다는 ‘탈인텔’ 선언을 한 데 이어 아마존·구글 등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칩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인텔은 D램과 낸드플래시 중간 성능을 가진 ‘옵테인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전체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기회다. 미국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를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해당 점유율을 뺏고 뺏으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성장 ‘슈퍼사이클’ 진입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량은 반도체가 30% 넘게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1·4분기부터 비대면 수요에 공급 부족으로 D램 가격이 10%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램 반도체 시장 규모도 커진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D램 반도체 시장 규모는 975억 달러로 지난해(662억 달러)보다 47.2%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도 업황이 좋다. 올해가 2018년의 슈퍼사이클과 다른 점은 그때만큼 가격 상승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호황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846억 달러에서 올해 897억 달러로 6%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K, 기술개발 투자...초격차 유지



그러나 반도체 코리아의 주 수입원인 D램 가격 상승은 이전 슈퍼사이클만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8달러대를 찍었던 때와 달리 지난해 마지막 고정 거래 가격은 3.45달러(DDR4 8Gb 기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다양한 합종연횡으로 어제의 고객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미래 캐시카우인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업계 최초로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세대(1x) 10나노급 D램을 평택 2라인(P2)에서 양산한다. 이와 함께 최고층 176단 이상 V낸드 양산으로 올해 슈퍼사이클에 대응한다. 또 오스틴과 평택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5나노 증설 투자와 3나노 공정 개발로 TSMC와의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한 EUV 장비 수주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인텔 서버에 DDR5 제품을 탑재하기 시작하는 한편 하반기 4세대 10나노(1a)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해 D램 주도권을 강화한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사업을 키워 메모리 두 축을 공고히 하고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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