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내걸린 국가수사본부 현판.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 부여되면서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아동 학대 관련 긴급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전례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그동안 검사의 수사 지휘 아래 경찰은 입건된 모든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자체 판단하에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경찰의 오랜 숙원이던 수사 종결권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최근 양천구 입양 아동 학대 사건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서 드러났듯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수사 종결권을 남용한 ‘봐주기 수사’ 등의 부작용이 잇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수사력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불거진 이 차관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을 키우는 대표적 사례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 폭행 혐의로 신고됐지만 당시 경찰은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다. 이마저도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을 입건도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하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낳고 있다. 또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건 초기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결국 궁금증만 남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 등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외부 통제장치를 통해 혹시 모를 부실 수사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더라도 검사가 90일 이내에 검토를 거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고발인 역시 경찰의 불송치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 내부에도 수사심사담당관을 둬 경찰 종결 사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견제 장치가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사건 관계인의 이의신청제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실제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제도 시행 초기 시민들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법령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해당 내용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검찰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민원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찰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 결과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경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봤던 전력에 비춰볼 때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책임 수사를 실현해 실력을 증명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정치적 외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의 꾸준한 견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사건 관계인의 이의신청이 제기될 경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워낙 송치 건수가 많은 형사사건의 경우 그동안 경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검찰의 필터링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동훈·김태영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