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도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받아 최근 출소한 '조두순 사건'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을 영국 공영방송 BBC가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아동 성범죄자 석방이 변화에 대한 요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이 한국의 사법 체계에 대한 논쟁과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조두순이 '주취감경'(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자의 형을 줄여주는 것)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BBC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점과 심신미약이 인정돼 조두순이 징역이 15년에서 12년으로 감경된 사실을 설명하며 "한국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서 행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훨씬 관대하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심신장애로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한 형법 제10조 2항을 소개했다.
조두순 감경에 적용된 이 조항은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며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조두순 사건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행한 범행에 대한 한국의 법과 우리의 시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신장애, 주취감경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고 '음주 상태'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재량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한국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의 사법제도가 변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고, 현행 법률 체계가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과제로 제시했다. 조두순 출소 이후 피해자 나영이 가족은 이사했다. 조두순이 사는 집과 나영이 집이 1㎞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영이의 아버지는 BBC에 "나영이가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을 싫어했고, 가족도 이사하면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사가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두순 석방에 대한 엄청난 관심도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 뒤 "피해자 가족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우리는 당신을 지지한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