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도입한 것은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자동차 업계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 위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남발하면서 결국 적잖은 파열음을 내게 됐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를 주장하며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가 내게 될 과징금에 군침을 삼키면서 ‘부실 정책’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커지게 됐다.
6일 관계 부처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 편입될 경우 연간 수백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등 저공해차 보급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사업자는 ‘크레디트’를 시장에서 거래해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 대한 과징금이 대당 최대 300만 원으로 논의되고 있어, 크레디트 1단위의 가격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을 고려할 때 연간 300억 원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테슬라의 국내 판매 실적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수익은 더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테슬라 측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보급목표제 적용 대상을 2009년 기준 판매량이 4,500대 이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정한 것이 테슬라를 콕 집어 배제한 것은 아니어서 ‘차별적 제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기준에 따라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업체는 배제됐지만 벤츠 등 독일 업체는 적용 대상이다”라며 “보급 목표제는 국내 업체만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에서 이 제도가 미국 측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해 설계된 측면도 있다고 강조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8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논의할 때 ‘차기(2021~2025년)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기준을 판매량이 연간 4,500대 미만인 업체에는 완화해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준용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캐딜락 등 자국의 소규모 판매자에 대해 환경 기준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하면서 4,500대를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슬라 측 주장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측이 예외 기준을 마련한 배경이 자국 업체 보호에 있었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데 썼다고 반발할 수 있어서다. 미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의 공방이 자칫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검토 당시 정부 내에서도 한미 간 통상 마찰 가능성을 우려해 제도 보완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밀려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의 새 정부가 강하게 나온다면 정부가 마냥 테슬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 측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국내 후발업체의 돈으로 세계적 기업인 테슬라를 지원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다. 전기차 개발 여력이 충분한 현대·기아차와 달리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당장 생존을 모색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친환경차 전환을 강제하려다 보니 결국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미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으로 규제를 만들어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