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백신 접종 후 과민반응 비율 감소세

2주새 100만명당 11.1명→5.5명
에피네프린 맞자 진정...사망 '0'
CDC "독감백신 4.2배지만 안전"
19%는 약물 과민반응 이력 없어
안정성 높이려 쓴 PEG 탓일수도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알레르기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을 보인 사람이 2주 전 100만명당 11.1명에서 5.5명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530만여명 가운데 최소 29명이 과민반응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명당 5.5명꼴로 1.3명꼴인 독감백신의 4.2배다. 하지만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으면 진정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숨진 사람은 없었다.


CDC는 2주 전인 지난달 23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 190만명 중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보인 21명(100만명당 11.1명)에 대한 보다 상세한 조사결과도 밝혔다. 사실상 긴급사용 승인일이 빨랐던 화이자 백신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인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연령 중앙값은 40세였고 대부분 15분 안에 증상이 나타났다. 21명 중 17명(81%)은 특정 의약품·식품 등에 대한 알레르기나 알레르기 과민반응 이력이 있지만 4명은 그렇지 않은 경우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코로나19 백신이 독감 백신에 비해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안전한 편”이라며 “하루 코로나19 사망자 수(2,000~3,000명대)를 고려하면 편익이 훨씬 크므로 적극적으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DC는 다만 1차 접종 후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겪었다면 2차 접종을 하지 말고, 백신에 들어간 화합물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이력이 있다면 백신을 맞지 말고, 백신 접종 후 30분 동안 의료기관에 머물며 자신의 상태를 관찰할 것을 당부했다.

두 백신에 들어간 PEG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의 피터 마크스 소장은 “PEG가 알레르기 과민반응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PEG는 많은 바이오 의약품 등에 쓰여 왔지만 백신에 쓰인 것은 코로나19 mRNA 백신이 처음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사람의 세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만들도록 설계한 유전물질(mRNA) 가닥을 PEG·지질막(리포솜) 등 나노 입자로 둘러싼 의약품. PEG는 상온이나 인체 내 효소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는 mRNA 가닥의 안정성·수명(반감기)을 높여준다. 지질은 그런 기능과 함께 mRNA가 백신 접종 부위 근처의 근육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돕는다.

미국 뉴욕의 한 요양·재활센터에서 6일 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유발하는 적잖은 약물에 PEG가 들어 있고, PEG에 노출된 사람 중 일부는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항-PEG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화이자·모더나 백신 1차 접종으로 항-PEG 항체가 유발되면 2차 접종 때 알레르기 과민반응 위험이 커진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약리학자 사뮤엘 라이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72%의 사람들이 항-PEG 항체를 갖고 있는데 7%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양이 많았다. PEG화(PEGylated) RNA가 포함된 항응고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중 0.6%에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1명이 사망해 개발 중단된 적도 있다.

다만 백신에 들어간 PEG 양이 다른 약물보다 훨씬 적고, 정맥이 아닌 근육에 주사하므로 혈액에서 항-PEG 항체 수치가 급상승해 알레르기 과민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한 독일 기업 바이오엔텍의 카탈린 카리코 선임부사장은 “적은 양의 지질과 근육 내 투여를 감안할 때 위험이 무시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약물이나 음식·곤충 독 등에 노출된지 몇 분~몇 시간 안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알레르기 비염, 음식·약물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 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등을 앓는 환자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심혈관계(저혈압, 빈맥, 의식저하·상실), 호흡기계(양측 천명, 기관지 경련, 호흡곤란), 피부·점막(전신 두드러기·홍반·가려움증), 위장관계(설사·복통·메스꺼움·구토) 증상을 동반한다. 중증인 경우 에피네프린 근육주사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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