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7일 수도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기차역 중앙홀을 걸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490명을 기록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강제력이 없는데다 1차 긴급사태 선언 당시와 비교해 대상 지역도 크게 줄고 대응 강도도 약해 상황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사태 선언 이후에도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뒤늦게 긴급사태를 선언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일본에서 7,490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는 26만 6,924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38명 증가해 3,859명이 됐다. 일본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0명을 넘은 지 단 하루 만에 7,000명대를 기록하게 됐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고 의료 기관이 응급 환자를 거절하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나카가와 도시오 일본의사회 회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시 지역에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미 의료 붕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결국 긴급사태 재발령을 선택했다. 그간 경제 충격을 우려해 긴급사태 선언을 주저했던 스가 총리는 이날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가 ‘신형 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에 근거한 긴급사태를 발령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긴급사태는 도쿄도,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현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한 달간 발효된다. 일본 정부는 주로 회식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한다고 보고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단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대규모 행사 참가자 수를 시설 수용 인원의 50% 혹은 5,000명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또 재택근무나 텔레워크를 확대해 출근하는 직원을 70% 줄일 수 있도록 기업을 독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지자체의 요청이나 지침을 위반해도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데다 지금보다 상황이 좋았던 1차 긴급사태 때와 비교해 정부의 대응 방식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실제 확진자가 1차 긴급사태 때와 비교해 10배 이상 많지만 7개 광역자치단체가 대상이었던 1차 때와 비교하면 시행 지역이 크게 줄었다. 1차 선언 당시에는 음식점·영화관·백화점 등이 사실상 전면 휴업하고 초중고에 일제 휴교 조치가 내려졌지만 이번에는 영업시간 단축에 그쳤고 학교나 보육 시설 등은 원칙적으로 휴교·휴원하지 않는다.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 감염증내과 교수는 NHK에 “더 빨리 긴급사태를 선언했어야 감염 확대와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감염자를 줄이려면 일제 휴교, 긴급사태 선포 대상 지역과 이외 지역 간 왕래 금지 같은 구체적이고 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악화하면 긴급사태 기간이 연장될 수 있으며 긴급사태 발령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경제 충격은 물론 올림픽 개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퇴임설까지 나오는 스가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