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영세업체 예외' 근로기준법에 불똥

5인미만 사업장은 적용 배제하자
노동계 "가짜 쪼개기로 법망 피할것
근로법도 개정해 악용 방지"주장
경영계 "영세업체 경영난 부추겨
빈대 잡으려다 초가 태울판" 반발

정의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법이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제정되면서 논란의 불똥이 근로기준법의 맹점 문제로까지 튀고 있다. 중대재해법과 기존 근로기준법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 예외 등을 두고 있어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아예 근로기준법도 전면 개정해 악용을 막으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영세 사업장들의 경영난을 부추기고 창업 의욕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처벌 대상에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통과된 데 대해 “사업장의 규모에 따른 차별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예외 없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지 못해 임금·고용·복지 등 모든 노동조건을 차별받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투쟁과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최대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여당을 압박할 것”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까지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차등 적용되는 노동법이 늘어날수록 예외에 해당하기 위해 사업장 규모를 쪼개는 편법이 횡행할 것이라고 본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국회 앞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너도나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법을 청와대와 여야가 합작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근로자를 12명 고용한 경우라면 사업체를 세 개로 쪼개 법 적용을 회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영세 사업장의 이익을 직접 건드리는 문제다. 노동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차등 적용되는 것은 인사·노무관리가 어려운 제약이 있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으로 지출이 늘어나면 갑작스럽게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부분 적용되고 있으며 적용되지 않는 조항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24조) △근로시간의 상한(50조 등)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56조) △연차유급휴가(60조) 등 쉽게 말해 ‘돈을 더 줘야 하는’ 내용이다. 중대재해법 역시 근로자 사망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손해액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명시하고 있어 전면 적용되면 영세 사업장의 경영 부담이 급증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강력 요구했다.

중대재해법·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을 놓고 벌이는 논란은 ‘을들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2017~2019년 최저임금이 29% 오르면서 촉발됐던 논란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영세 사업장 사장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나 어쩔 수 없이 창업한 경우도 많은데 사업만 하면 적으로 돌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주장에 중소기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근로제가 오는 7월 적용될 예정인 데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미 감당해야 할 부담이 늘었는데 짐을 하나 더 얹는 꼴이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일을 덜 하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근로자에게는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라며 “영세 사업장 사장도, 근로자도 모두 싫어하는데 노동계만 이 사실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세종=변재현기자 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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