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로 시작한 새해 국회, 기업할 맛 나겠나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산업재해나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된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제계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 외에 중대재해법까지 만들어 기업인을 강도 높게 처벌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며 법안 처리 보류를 호소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 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돼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절규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중대 시장경제 파괴 처벌법’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반발했다. 노동계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 등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법안인데도 여야는 포퓰리즘에 휘둘린 끝에 ‘누더기 법’으로 타협해 노사 양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새해 첫 국회가 규제 법안 처리로 시작된 것은 국민·기업과 따로 가는 정치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 회복과 기업 살리기, 규제 혁신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가 기업 옥죄기 법에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말 통과된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숨이 막힐 지경에 중대재해법까지 통과됐으니 기업을 경영할 의욕이 나겠는가. 여당은 복합 쇼핑몰에 대해서도 월 2회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데 이어 집단소송제법 제정안과 징벌적손해배상확대법까지 처리할 방침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자국 기업 키우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조 2025’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기업 괴롭히기를 멈추고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다수 나올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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