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TX에 서울 그린벨트 풀린다’, 기획부동산 표적된 금단의땅

<서울 그린벨트 기획부동산 기승>
작년 그린벨트 지분거래 건수 감소에도 금액은 70%나 늘어
"거래 85% 기획부동산 의심"...강동구가 전체 거래 57%차지
강력규제 경기는 의심거래 반토막...서울로 투기세력 옮겨간듯

서울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전경./서울경제DB

#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하나의 필지로 추정되는 임야를 무려 21명이 같은 날 사들인 것이다. 1인당 사들인 땅의 면적은 고작 33㎡(10평)에 불과했지만 매입 가격은 4,900만 원에 달했다. 그린벨트로 언제 규제가 풀릴지 모르는 임야를 평당 490만 원씩 주고 사들인 것이다.

지난해 서울 개발제한구역에서 토지 하나를 여럿이 쪼개 매입하는 ‘지분 거래’ 규모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거래는 통상 기획부동산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굵직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를 노린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한 부동산 분석 업체에 따르면 건수 기준으로 지난해 이뤄진 지분 거래 가운데 무려 87%가량이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그린벨트 지분 거래액 600억 원 육박=8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시내 그린벨트에서 이뤄진 토지 지분 거래는 735건으로 전년 대비 25건 감소했다. 하지만 거래 금액은 588억 477만 원으로 지난 2019년 330억 9,122만 원보다 70%나 늘었다. 서울 그린벨트 지분 투자 규모는 2018년 398억 원까지 증가했다가 2019년 들어 2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렇듯 서울 그린벨트 지분 거래 금액이 급증한 이유는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린 결과로 보인다. 통상 기획부동산 판매가 늘어날 경우 토지 거래 면적은 줄어들지만 거래 가격은 상승한다. 기획부동산이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구매한 후 4배 이상 가격을 뻥튀기해 투자자들에게 쪼개 판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그린벨트 지분 거래 면적은 2019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거래 금액만 70% 증가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 서울 그린벨트에서 이뤄진 735건의 지분 거래 중 640건 정도가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된다”며 “지난 1년간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의 가용 부지를 계속 물색하면서 그린벨트도 결국에는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기획부동산이 이러한 심리를 겨냥해 작업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GTX 호재 탓?…강동구가 지분 거래 1위=아울러 ‘GTX’ 등 교통망 확충 계획이 계속 발표되면서 개발 수혜 예정 지역의 그린벨트의 지분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강동구는 지난해 서울 그린벨트 지분 거래 건수의 약 57%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강동구의 경우 GTX-D 노선 유치와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 등의 교통 호재에 힘입어 명일동과 암사동·길동 등 전역에서 417건에 달하는 지분 거래가 이뤄졌다. 강동구에 이어서 지분 거래가 많은 곳은 그린벨트 면적이 넓은 도봉구로 151건이었으며 도봉동과 방학동에 거래가 집중됐다. 이 외에도 구로구와 서초구·은평구 등 서울 전역에 걸쳐 지분 거래가 발생했다.

기획부동산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 중에는 1㎡에 불과한 땅이 수백 만 원에 팔린 사례도 있었다. 서초구 내곡동에서는 답으로 분류된 그린벨트 토지 1.08㎡가 지난해 1월 418만 원에 팔렸다. 같은 달 내곡동에서는 1.15㎡의 그린벨트 토지가 244만 원에 연이어 팔렸다. 마찬가지로 그린벨트 내에 위치한 강동구 암사동의 묘지는 지난해 12월 10㎡에 1,650만 원에 팔렸다.


서울 인근 그린벨트 전경

◇‘기획부동산과의 전쟁’ 선포한 경기도는 거래량 반 토막=
반면 ‘기획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기도에서는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경기도에서는 614만 5,362㎡, 4,889억 4,428만 원 규모의 그린벨트 지분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해는 376만 973㎡, 4,672억 5,128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의 그린벨트 지분 거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경기도에서 밀려난 기획부동산들이 서울로 옮겨 오면서 ‘풍선 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는 경기도가 지난해 초부터 기획부동산 피해를 막기 위해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을 지정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분당구 대장동 등 27개 시·군 임야, 농지 지역 24.6㎢ 규모를 2022년 12월 27일까지 2년간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경기도 그린벨트 지분 거래 거래 건수는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거래 금액은 크게 줄지 않아 여전히 강력한 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 경기도에서는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등을 노린 투기 수요가 집중되면서 그린벨트 내 토지 거래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이 팀장은 “기획부동산에 의한 그린벨트 지분 거래의 경우 매수자가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거래한 뒤 뒤늦게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며 “막연한 기대 심리로 기획부동산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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