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파고드는 토종 펫푸드 "달라야 산다"

외국계 사료, 국산 대비 마진율↑
주요 판매처 동물병원 등과 담합
사실상 국내 시장 점유율 60%대
하림펫푸드 손실 감수 고급재료 사용
동원F&B, 기술 집약 '습식 캔' 등
차별화·다양화로 소비자 접점 확대

지난해 국내 펫푸드(Pet food) 시장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계 사료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유통과 마케팅을 장악한 외국계 기업들의 견고한 카르텔이 존재하고, 국내 기업보다는 업력이 훨씬 긴 외국산 사료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림과 동원, 사조 등 일부 식품기업 등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반려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0일 유로모니터로부터 받은 국내 펫푸드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국계 사료와 국내 사료의 시장 점유율은 외국계 사료가 53.5%, 국내 기업들은 46.5%를 기록했다. 2017년 외국계가 61%, 국산이 39%인 것과 비교해보면 국산 사료의 성장세는 확인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판권만을 사들인 ANF 등 외국계 사료 매출이 국산 사료 시장 점유율에 포함돼 있어 국내 기업의 실제 점유율은 여전히 30%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 펫푸드의 ㎏당 가격은 평균 1만1,890원으로, 국산(3,440원)보다 3.5배 높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사료 비중이 높은 서울 한 동물 병원의 사료 진열대 모습



식품업계 강자인 CJ제일제당과 빙그레가 나란히 2019년 펫푸드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것 역시 펫푸드 시장 진입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일부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과 주요 판매 채널의 끈끈한 카르텔을 국산 펫푸드 기업의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료를 소개받는 루트 중 대표적인 곳 하나인 동물병원은 외국계 사료가 장악했다”며 “국산 제품보다 마진율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동물병원에 영업을 견고하게 하기때문에 국내 식품기업 등이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투자를 지속하며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산 펫푸드가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데는이견이 없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며 “특히 아파트에서 기르기 용이한 작은 품종의 강아지에 특화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곳이 하림펫푸드의 하림 더 리얼이다. 하림펫푸드는 2019년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도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100억으로 끌어올렸다. 인간도 먹을 수 있다는 ‘휴먼 그레이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값비싼 재료를 쓰다 보니 수익성 부분은 맞추지 못했지만 반려동물 케어에 적극적인 소비자의 심리를 잘 캐치해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하림 펫푸드 제품

특히 점차 커지는 반려묘 시장에서 동원과 사조 등 참치 통조림 업계가 기술력으로 선보이 습식 캔이 빠르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서 기능성 캔 제품을 비롯한 프리미엄 펫푸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펫푸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브랜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사조동아원 옵티원도 인도네시아 등에 국내 최초로 습식캔을 수출하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펫 산업은 최근 반려묘 관련 분야의 성장세가 크다”며 “국내 기업 등이 반려견 보다는 반려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 펫푸드 제품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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