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정비사업 주민들이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서울경제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재건축)’의 일반 분양가가 3.3㎡당 5,668만 원으로 결정되면서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았는데도 역대 최고 가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책정한 가격보다 16%가량 오른 수치다. 오히려 더 높은 분양가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분상제가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토지비 산정의 근간이 되는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분상제는 건축비와 토지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구조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 등을 이유로 공시지가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결과적으로는 분양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 상한제 적용 역대 최고 가격, 술렁이는 시장 = 서초구청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초구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3.3㎡당 5,668만 6,349원에 일반분양 가격 승인을 받았다. 서울 아파트 일반 분양가격 중 최고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단지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분양가(3.3㎡당 4,891만 원)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한제를 선택했다.
앞서 정부는 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HUG가 매긴 가격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틀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일반 분양가보다 15.9% 높게 책정된 것이다. 원베일리 사례를 계기로 정부가 집값 관리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써 온 HUG의 고분양가 관리와 분상제 모두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 공시지가 급등이 결국 가격 올려 = 상한제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따져 가격을 산출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택지비다. 택지비가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택지비 산정의 기본이 되는 공시지가는 현 정부 들어 급등했다. 실제 서울만 놓고 보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8년 6.89%, 2019년 13.87%, 2020년 7.89%, 2021년 11.41% 상승했다. 보유세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공시지가를 매해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시지와 연동해 택지비가 오르면서 분양가가 상승하게 됐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정부는 앞으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택지비 산정의 기본이 되는 공시지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사업을 미루던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베일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강동구 둔촌주공 등 다른 재건축 단지들 역시 시장의 예상치보다 일반 분양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예상을 뛰어넘어 3.3㎡당 4,000만 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