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운용사-고객 '수익공유'…주식→펀드 '투자환승' 유도

■공모펀드, 성과연동제 추진
운용사 '보수산정'에 성과연동 꺼려
온라인 전용 클래스로 부담 낮출듯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도 적용
'팔고 나면 그만' 관행 개선 기대 속
"수익률 제고 의문" 업계선 우려도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고도 새해 랠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역대급 유동성이 주가를 연일 끌어올리면서 직접투자 시장은 그야말로 불이 붙었지만 펀드 등 간접투자 시장은 딴판이다. 지난 2008년 말 69조 원에 달했던 개인의 주식형 공모펀드 잔액은 2019년 말 18조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개인은 증시에서 63조 원을 순매수했지만, 주식형 공모펀드는 3조 6,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새해 들어서도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벌써 5,0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금융 당국이 공모펀드 시장에 성과 보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장기 부진에 빠진 펀드 시장으로 자금을 끌어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의 장기 안정적인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공모펀드 수익률을 높여 직접투자보다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기존 펀드 운용에 성과 보수 대폭 확대 추진=10일 펀드 업계에 따르면 성과 보수 방식이 본격 확대 도입되면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국이 2017년 허용하며 현재 미래에셋배당과인컴30성과보수, 삼성EMP글로벌로테이션성과보수 등 운용사가 성과 일부를 공유하는 ‘성과보수형 펀드’는 이미 출시된 상태다. 이 중 삼성EMP글로벌로테이션 펀드를 보면 선취 수수료 방식은 가입 시 선취 수수료로 1.00%를 내고 연간 운용 보수로 0.15%를 낸다. 반면 성과보수형은 선취 수수료를 내지 않고 연간 운용 보수로만 총 0.07%만 낸 뒤 기준 수익률 4% 초과 달성의 경우 해당 수익의 10%를 성과 보수로 가져간다. 하지만 성과보수형 펀드가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대부분 펀드의 설정액은 1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업계는 기존 펀드 전반에 성과 보수 방식을 적용한 새로운 클래스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펀드 직판 채널을 성과보수형 펀드의 유통 채널로 활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 부진에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 펀드의 잔액은 지난해에만 4조 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확보는 성과보수형 펀드 확대의 전제 조건”이라며 “당국은 온라인 펀드 직판과 성과보수형 펀드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은행·증권 등 판매사도 성과 보수 검토=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 성과 보수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내 펀드 판매사들이 판매보수율이 높거나 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중심으로 판매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이들 펀드의 성과가 다른 펀드에 비해 더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사후 관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판매사의 선취 수수료 중심의 판매 구조가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취 수수료 중심인 판매사 보수 체계를 성과연동형으로 바꾸고, 판매사의 핵심성과지표(KPI)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판매 체계 개편의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이 판매사의 성과 수수료 및 성과 보수를 금지하고 있어 법 개정 등이 필요한데다 기존 방식에 익숙한 판매사들의 반발과 성과 보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보호 대책 마련이 추가 과제 등으로 남아 있어 당국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사 성과보수 체계가 도입되면 ‘판매사들이 팔고 나면 그만’ 식의 행태가 사라지고 운용사들도 판매사 구하기보다는 펀드 수익률 제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실제 수익률 제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성과 보수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다른 제약이 많은 공모펀드가 얼마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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