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권의 '공매도 포퓰리즘'

증권부 박경훈기자


파죽지세의 상승세로 사상 최초의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린 가운데 공매도가 재개될 3월이 다가오자 ‘공매도 반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매도가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다. 국회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증권사들이 시장 조성자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공매도를 남발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위원회에 3월 공매도 재개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신이 투자한 주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집중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러나 증시 전체의 관점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금융 당국의 의견이다. 미국을 비롯한 증시 선진국들에서 공매도가 허용되는 이유다. 주가 하락의 원인을 공매도로 단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미국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최근까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며 상승해왔다. 공매도가 없다고 해 주가가 무조건 상승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박 의원이 공매도 반대의 근거로 내세운 시장 조성자 문제는 이미 한국거래소가 조사한 결과 심각한 수준의 불법 공매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의 한국거래소 종합 검사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니 새로운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시장 조성자 활동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명확한 증거도 없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국민들의 뒤통수를 쳤다”며 문제를 과장하면서 증권사들을 사기 집단처럼 매도하는 것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다. 또 박 의원 자신도 참여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감시가 강화될 예정임에도 “이 상태에서 공매도가 재개되면 심각한 불법행위와 반칙 행위가 판을 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동학 개미’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증권사의 기여도 부정할 수 없다. 개인 투자자와 증권사는 증시에서 공생의 관계다. 그럼에도 ‘우리 편’과 ‘적’을 나누고 우리 편의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는 증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악성 포퓰리즘이다.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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