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택시 시장의 문을 여는 곳이 있다. '반반택시' 얘기다.
장거리를 갈때 낯선 사람과 택시를 동승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반반택시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돼 장거리 동승 서비스가 허용됐다.
지난 2019년 7월 시작된 시범서비스는 1년 반만에 이용자가 30만명을 넘었다. 반반택시 호출 앱에 가입한 택시는 2만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택시가 12만8,000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입율이 15%에 달한다. 초기 성과치고는 고무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밤 늦게 수원 등으로 귀가하려면 택시가 잘 안잡히거나 2만~3만원대의 요금도 부담스러웠지만 반반택시가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결과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 김기동(사진) 대표는 10일 서울경제와 만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반반택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택시 모빌리티 사업자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한 해"라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로 핵심 서비스인 동승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역발상을 통해 새 기회를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반반택시를 ‘안전한 택시’로 브랜딩하기 위해 뒷좌석과 운전석 사이에 비말 차단 격벽을 설치했다. 업계에서 최초로 지사와 승객에 ‘코로나19 전용 안심보험’도 적용했다. 승객이나 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 피해를 입게 되면 보험금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내놓고 운행 선호 옵션을 다양화 하는 등 끊임없이 승객과 기사의 이해관계를 맞춰 가는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친절한 택시 기사의 가입을 유도하면서도 배차와 승차가 잘 되는 균형을 맞춰 일반 호출 서비스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반반택시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배차 지원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반반택시는 지난해 10월 택시 기사들과 더 밀접하게 소통하기 위해 본사를 택시 기사들이 쉴새 없이 드나드는 서울 양평동의 SK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건물로 이전해 눈길을 끌었다.
반반택시의 다음 목표는 동승 택시의 전국적인 확대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매일 3만 명에 달하는 서울·경기 간 출퇴근 수요를 반반택시가 흡수한 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안전한 택시를 기반으로 일반 호출과 가맹 택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목적지가 먼 지방에서도 동승 택시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