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10일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13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카팔루아=AFP연합뉴스
12번 홀 벙커 샷 하는 저스틴 토머스. /카팔루아=AFP연합뉴스
임성재(23·CJ대한통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이던 2018년 10월 더 CJ컵에서 저스틴 토머스(28·미국)와 같은 조로 쳤다. 당시 토머스는 이미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경험한 슈퍼스타였다. 같은 조로 경기한다는 자체에 임성재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년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임성재는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PGA 투어 우승 꿈을 이뤘고 11월 최고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며 ‘빅 게임 체질’도 증명해냈다.
PGA 투어 간판급 선수로 발돋움한 임성재가 전통의 강자 토머스와 또 한 번 맞붙는다. 1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계속될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총 상금 67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다. 지난해 10월 라스베이거스 대회 때도 동반 플레이해 이제 꽤 익숙해진 둘은 역전 우승도 가능한 똑같은 위치에서 한 조로 마지막 18홀을 돈다.
세계랭킹 18위 임성재는 10일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보기 하나, 3연속 버디 등 버디 5개로 6언더파를 보탰다. 중간 합계 17언더파로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5위에서 통산 2승째를 노린다. 임성재는 이 대회 첫 출전인데도 공동 3위-공동 6위-공동 5위로 사흘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뽐냈다. 이날 5번 홀(파5)에서 7m 이글 퍼트를 넣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8번 홀(파3) 보기를 9번 홀(파5) 버디로 만회한 뒤 14~16번 홀에서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마지막 18번 홀(파5)도 2온 2퍼트 버디로 마무리하며 최종 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번 대회 들어 임성재는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 정확도를 80%대로 유지하면서 54홀 동안 보기를 단 3개만 범했다.
PGA 투어 통산 13승을 올린 세계 3위 토머스는 2017·2020년 이 대회 우승자다. 이날 이글 하나와 버디 6개에 보기와 더블 보기도 하나씩 적으며 5언더파를 보태 임성재와 같은 공동 5위에서 마지막 날을 맞게 됐다. 토머스는 지난해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5개월 만의 우승을 노린다.
라이언 파머와 해리스 잉글리시(이상 미국)가 21언더파 공동 선두다. 이들과 4타 차면 작지 않은 격차지만 얼마든지 몰아치기가 가능한 코스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날도 파머가 9언더파를 퍼붓고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8언더파(합계 20언더파 3위)를 몰아쳤다.
PGA 투어 최장타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12번 홀(파4)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400야드를 찍었다. 디섐보는 페어웨이가 넓고 내리막이 심한 이 홀에서 사흘 내리 400야드 ‘초장타’를 날렸는데 2라운드에는 무려 414야드를 보내 1온에 성공하기도 했다. 13언더파 공동 16위에서 톱 10 이상을 노린다. 나란히 14언더파 공동 10위에 오른 세계 1·2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욘 람(스페인)의 자존심 대결도 흥미롭다. 새해 첫 대회인 센트리 TOC는 전년도 PGA 투어 대회 우승자만 초대하는 ‘왕중왕전’이다. 지난해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소된 탓에 올해 대회는 지난 시즌 투어 챔피언십(최종전) 진출자를 포함해 총 42명이 참가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