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진성준(〃 세 번째) 을지로위원장 등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륜차 배송 및 대리운전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협약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약자인 ‘을(乙)’을 지키겠다고 만든 을지로위원회는 그동안 강자인 ‘갑(甲)’을 지나치게 옥죄는 방식으로 약자를 돕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정치·경제적 대립 구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정치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지만 우리 정치는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는 사회에 희망의 빛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모두가 약자를 보호한다고 나섰지만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 선심성 정책만 난무할 뿐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약자를 보호하면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따뜻한 정치’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서상목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10일 “양극화는 과도한 시장 개입과 선심성 정책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며 대안으로 웰페어노믹스를 제시했다. 서 회장은 “양극화는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불러 일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식의 ‘박정희 패러다임’으로는 풀 수 없다”며 “웰페어노믹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페어노믹스는 복지(Welfar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사회적 연대 의식을 접목한 개념이다. 덴마크의 ‘노동 유연 안정성’ 정책이 웰페어노믹스를 구현한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기업에는 해고와 고용을 한층 쉽게 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는 사회 안전망을 확실하게 제공함으로써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육강식’에서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따뜻한 정치’인 셈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강자를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따뜻한 정치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현 정부가 지향한다고 하는 북유럽 모델은 쉽게 말해 많이 벌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고양되려면 세금을 더 내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때는 박수 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자는 도둑이니 로빈후드가 뺏는다는 시그널을 주게 되면 선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