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가 골프의류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의아해하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물류 전문 기업인데다 인수 작업을 벌이던 지난 2019년은 골프의류 브랜드가 홍수를 이루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와 달리 ‘보그너’ 골프웨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2월 회사 측이 발표한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51% 증가했고 영업 손실 규모는 81.71% 줄었다. 이는 35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보그인터내셔날의 수익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보그인터내셔날은 보그너 골프웨어를 취급하는 국보의 자회사다.
보그너는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선수로 이름을 떨쳤던 빌리 보그너가 설립한 80여 년 역사의 독일 브랜드다. 한국에서의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2002년 시작됐다. 최고급 소재와 품질을 자랑하는 보그너는 다른 오래된 독일 기업들처럼 자존심이 대단하다. 매년 2월 초 라이선스를 가진 각국 디자이너들이 독일 본사에서 그해 디자인 콘셉트 등을 학습하고 이후 독일 수석디자이너의 현지 디자인 품평회를 통과해야 한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답게 골프웨어 비즈니스에도 남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는 하현 국보 대표이사는 ‘대차게 밀어붙임과 신뢰 높이기’로 새 길을 뚫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하 대표의 독일 방문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본사 디자이너의 방한이 무산된 게 출발점이 됐다. 디자인 품평회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 대표는 “보그너는 오랜 팬과 마니아층이 많고 그들의 구매력도 높지만 골프 저변이 많이 확대돼 조금 ‘영’하게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면서 젊어진 디자인과 컬러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그너 b# 화면.
하 대표의 계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프리미엄 온라인쇼핑몰 ‘b#(비샵)’이다. b#은 하 대표의 경영 능력과 수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 플랫폼이다.
사실 보그너 본사는 독일 이외 지역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락하지 않는 게 철칙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3년 이상 된 재고는 폐기 처분하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에 일가견이 있는 하 대표는 “온라인으로 할인해 팔면 재고 소진율을 높일 수 있겠다 싶어 8개월간 본사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한 끝에 지난해 10월 결국 ‘OK’를 받아냈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b# 내에 다른 브랜드의 입점 허가를 받는 성과까지 냈다. 조만간 정식 오픈할 예정인 b#에서는 에코 골프화, 보이스캐디 GPS형 거리측정기, 르폴드 레이저 거리측정기, 드루 벨트 등도 구매할 수 있다.
하 대표는 “처음 라이선스 지분 인수 당시 41%였던 국보의 지분율을 94%까지 계속 늘려 본사의 신뢰를 높인 것이 바탕이 됐다. 회사를 내다 버릴 거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독일 측이 인정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b#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는 또 다른 자회사 벅시의 인력을 활용했다. 벅시는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국보의 물류사업 첨단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 대표는 “보그너 제품 외에 다른 브랜드 상품도 판매하는 b# 마케팅이 브랜드에 친숙한 느낌을 입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