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중소기업 현실을 너무 모릅니다. 원청회사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따라야 합니다. 작업시간을 통제할 권한도 없고, 2교대 근무 체제를 3교대로 바꾸면 원가가 올라 기업 경쟁력도 사라져요"
부산에서 자동차 도금 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11일 한숨부터 지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30% 안팎으로 빠졌던 공장 가동률이 하반기 80%후반 수준까지 올라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신년부터 적용된 주당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김 시장은 "대기업 3차 벤더가 무슨 힘이 있냐"며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결국 대기업에서 오라고 하면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게 우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2교대를 3교대로 바꾸면 누가 행복해지는가"라고 반문했다. 직원은 직원대로 월급이 깎여 불만이고 경영진 입장에서는 채용할 숙련공을 구할 수도 없고 애초 여력도 안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근무체계를 3교대로 하게 되면 생산 원가가 크게 올라 수출 경쟁력도 반감된다"며 "주당 52시간 시행에 예외·유예 업종을 두든지 꼭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콘 업체도 이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스콘은 반제품이라 속성상 작업 통제가 어렵다. 신속히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수요가 있을 때마다 생산해야 하는데 주당 52시간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50인 이하 기업도 주당 52시간이 도입돼 업계의 우려는 더 크다. 아스콘 업체 이 모 사장은 "주당 52시간 적용이 되면서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며 "이대로 가면 많은 기업들이 딜레마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각종 규제들이 기업가들이 회사를 정리하게끔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도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며 "그런데 이런 식의 규제를 계속 만들면 기업을 정리해서 조용히 살겠다는 기업가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힘든 판에 규제와 관련해 씨름으로 날을 지새우는 게 정상으로 보이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CEO도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조세 회피자, 파렴치한로 보고 처벌 규정을 만들고 있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며 "기업인의 사기를 위축시켜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빛을 보기 어렵다"고 밀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