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가중 형량 최대 7년으로 올려...공탁금 감경요인은 제외

중벌로 사고예방에 중점 둔다지만
기업인 옥죄는 겹규제 논란 커질듯
중대재해법과 혐의 동시 적용하며
양형 수위 올리는 연쇄작용 우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2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게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양형 기준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은 입법·사법·행정부 등 유관 기관과 시민단체의 의견 조회와 행정 예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3월 29일 양형위 전체 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아직 최종안은 아니지만 기존 산안법의 양형 기준보다 대폭 강화됐다는 점에서 경영계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양형위 수정안의 핵심은 산안법의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해 안전사고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기본 양형을 6개월~1년가량 한 단계 상향 조정하고 5년 이내에 같은 죄를 저지르면 한층 무겁게 처벌하는 상습 가중 규정도 신설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6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만나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산업 안전 재해의 예방·재발 방지라는 취지라지만 법조·경영계 안팎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면서 자칫 이중·삼중의 ‘겹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년 이상 ↑…강화된 산안법 양형기준=양형위가 공개한 양형 기준 수정안에 따르면 기본 양형 기준이 징역 1년~2년 6개월로 정해졌다. 6개월~1년 6개월의 기존 형량 범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특별가중 요인이 2개 이상인 경우(특별가중 영역)는 징역 2년~7년으로 기존(10개월~5년 3개월)보다 무겁게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감경·가중 요인에 따라 징역 6개월~1년 6개월, 2년~5년으로 줄이거나 늘일 수 있도록 했다.


송영복 대법원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특별가중 요인은 소송 관계인인 검사와 변호인 사이 공방하는 과정에서 판사가 판단하라는 취지에 따라 열린 개념으로 포함시켰다”며 “양형 기준안일 뿐 여러 기관이나 공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통해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탁금 제외…상습 가중 규정은 신설=양형 기준 수정안은 형량을 높이면서 오히려 죄를 가볍게 해주는 감경 요인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사후 수습’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탁금을 형량 감경 요인에서 제외했다. 반면 5년 이내에 다시 사고를 낼 경우 무겁게 처벌한다는 상습 가중 규정은 새로 신설했다.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도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도급인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 치사, 현장 실습생 치사도 적용을 받도록 했다. 기존에는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 치사 양형 기준에 사업주만 해당됐다. 다만 범죄 가담자의 수사 협조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자수, 내부 고발 등은 특별감경 요인으로 정했다.

◇산안법 VS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한 죄로 처벌=법조계 전문가들은 산안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혐의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형법상 ‘상상적 경합’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의 범죄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것을 뜻한다.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40조(상상적 결합)에 따라 최종 처벌 수위가 정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더 무겁다 보니 두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더라도 산안법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안법·중대재해처벌법이 서로 영향을 주며 기업만 더 옥죌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번의 사건으로 사업주 등이 처벌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 데다 산안법 위반 처벌 수위를 높인 게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수위를 한 단계 올리는 연쇄 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산안법 형량을 상향 조정한 게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기준을 설정할 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이경운·이희조기자 alway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