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기한이 끝나는 오는 3월을 앞두고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잇달아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양향자·박용진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증시 활황에 급격히 늘어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여론을 의식해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 의원은 12일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너무 심각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도 최근 잇달아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과 방송 출연을 통해 공매도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고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 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 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같은 당내에서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로 주식 양도소득세, 기업공개(IPO) 청약 주식 배정, 공매도 금지 연장 등 증시 정책이 변경된 사례에 대해 “주식 투자자들 표를 얻으려고 정치인들이 따라갔으니 잘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자꾸 제한하자는 것은 집값·주가가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개인의 대차(공매도) 시장 접근성처럼 기관에 비해 불평등한 부분은 개선하면 되고 시장 급등락 시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공매도 기능 자체를 없애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정치권이 증시 정책 결정에서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론은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적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거나 특정 이익 집단의 주도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일정 부분 여론을 반영하더라도 전문가 집단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저녁 출입 기자단 문자 공지를 통해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날은 “재개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재차 문자 공지를 통해 “11일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식 입장이며 공매도 재개 문제는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의결사항”이라고 전했다. 공매도 재개가 예정된 3월 16일 전 증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 재개 여부와 함께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74%에서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금지된 2020년 2.7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도 0.1%에서 1.31%로 공매도 거래의 비중이 늘었다. 오랫동안 공매도가 금지된 가운데 증시가 급등해 공매도가 재개되면 공매도 거래의 증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