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사뿐만 아니라 빅테크까지 중금리 대출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금융권 내 중금리 대출 격전에 불이 붙었다. 소상공인 대출 상품을 비롯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차주도 생활 금융 이력을 통해 대출을 받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정식 등록을 마친 개인 간 거래(P2P) 업체까지 중금리 대출에 뛰어들면 중금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금융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르면 연내 중금리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에는 생활 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규 신용평가모델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부나 대학생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난해 말 중소상공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확대에 나섰다. 상품 출시 1개월 만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중 16%가 대출을 신청했고 이 중 40%가 대출을 승인받았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일정 기간 동안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 이력이 없어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신파일러 사업자들도 스마트스토어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대출을 승인받았다”며 “향후 신청 자격과 조건을 완화해 대출 문턱을 낮춰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빅테크가 중금리 대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해당 여신 시장에 대한 높은 수요에 반해 경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틈새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고도화된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금리 사각지대를 노린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5%, 저축은행은 16.5%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도 최근 몇 년간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터라 신규 진입에 대한 부담감도 적고 금리 사각지대 해소라는 진입 명분도 챙길 수 있다”며 “은행권에서 밀려난 중신용자들에게 2금융권보다는 저렴한 5~10% 수준의 중금리 상품을 제공한다면 해당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진입에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잇따라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중금리 대출 공급 1년 9개월 만에 누적 대출 2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과 대출 공급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방은행들도 중금리 대출 비중을 속속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BNK경남은행의 5~10%대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신용대출의 20.1%에 달했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중금리 대출 비중이 45.8%로 전체 신용대출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들도 주요 영역이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 경쟁자가 대거 등장하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79개 저축은행은 올 1·4분기 총 95개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9년보다 30% 늘어난 규모로 2년 만에 12개의 상품이 더 생긴 것이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