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 빨래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어에서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피레네산맥에 내리는 눈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어디도 미세플라스틱에서 안전한 곳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있지만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과학 저널 '네이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바다 환경보호 단체 '오션 와이즈'(Ocean Wise)의 피터 로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북극해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물이 유럽과 북미 가정의 세탁 과정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6년 노르웨이에서 북미에 이르는 북극해 71곳에서 3~8m 깊이의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미국 알래스카주 북쪽 연안인 보퍼트해에서 6곳에서 1,015m의 심해 시료도 채취했다. 그 결과, 단 한 곳만 제외하고 모든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북극해 전체적으로는 ㎥당 5㎜ 이하의 미세플러스틱이 약 40개 정도씩 검출됐다. 현미경과 적외선 분석을 통해 이들 미세플라스틱의 92.3%가 합성섬유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합성섬유 미세플라스틱의 73%는 옷감과 유사한 폴리에스터로 나타났다.
로스 박사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의 충격적인 결론은 유럽과 북미의 가정이 빨래를 한 물로 북극해를 직접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오염 과정은 불분명하지만, 해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대기시스템도 기여를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북극해 동부 해역의 미세플라스틱 양이 서부 대비 세 배에 달해, 대서양에서 북극 동부 해역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오션 와이즈는 세탁기 실험을 통해 옷 하나만 빨아도 수백만 개의 섬유가 떨어져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하수처리시설에서 플라스틱 섬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연간 878t에 달한다고 밝혔다.
로스 박사는 "섬유산업 분야에서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덜 떨어지도록 옷을 디자인하는 등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하수처리 시설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선택하고 세탁기에 찌꺼기 거름망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