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날씨를 분석한 결과 역대 최대급으로 이상기후의 징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고 장마는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봄에는 월별 기온이 큰 변동을 보이는 한편 가장 늦은 시기까지 눈이 내렸다.

기상청이 14일 발표한 ‘2020년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의 평균·최고·최저 기온은 각각 3.1도, 8.3도, 영하 1.4도였다. 세 기온 모두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지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나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로 부는 찬 북서풍도 약해 겨울철 기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겨울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역대 다섯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2도로 2016년 13.6도, 2019년 13.5도, 1998년 13.5도, 2015년 13.4도 다음이었다. 특히 1998년을 제외하고는 연평균 기온 상위 5개가 최근 6년 이내에 몰려 있어 갈수록 온난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봄에는 월별 기온이 널뛰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3월 평균기온(7.9도)은 상위 2위를 기록할 만큼 높았던 반면 4월 평균기온(10.9도)은 하위 5위까지 떨어졌다. 5월(17.7도)에는 다시 소폭 상승해 상위 14위를 기록했다. 4월 22일에는 서울에 진눈깨비가 관측돼 1907년 이래 가장 늦은 봄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여름에도 ‘역대급 기록’은 이어졌다. 6월에는 이른 폭염이 한 달간 지속되면서 평균기온(22.8도)과 폭염 일수(2일)가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면 7월은 비교적 선선해 평균기온이 6월보다 낮은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도 693.4㎜로 집계돼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중부와 제주 지역의 장마가 각각 54일과 49일로 사상 최장을 기록했고 집중호우도 잦았기 때문이다.

태풍은 지난해 총 23개가 발생했다. 이 중 제5호 장미, 제8호 바비, 제9호 마이삭, 제10호 하이선 등 총 4개가 8월부터 9월 초까지 한국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8·9·10호 태풍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한반도에 상륙하며 큰 피해를 줬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2020년은 긴 장마철, 집중호우, 많은 태풍 등 기후변화가 이상기상으로 빈번히 나타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 해였다”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