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국정 연설 직후 젊은 공화당 의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그는 “오바마 정부의 증세 정책은 부자가 아닌 중산층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오바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화제의 주인공은 당시 44세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다.
루비오는 1971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가난한 쿠바 이민자의 2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는 각각 호텔 바텐더와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플로리다대와 마이애미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된 그는 1998년 웨스트 마이애미시 행정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2010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48.9%로 당선돼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공화당의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루비오 의원이 2019년 11월 미국 가톨릭대 연설에서 제안한 ‘공공선(common good) 자본주의’가 여의도에서 회자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루비오의 ‘공공선 자본주의와 좋은 일자리’ 보고서를 보냈다. 루비오는 이 보고서에서 “국가가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기업의 이윤 추구 권리만을 강조하고 재투자 의무를 등한시했을 때 기업들은 주주와 경영자, 은행에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단순한 재무적 운반자 역할에 머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주자본주의보다는 근로자·기업·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독일식 자본주의에 가깝다는 평이다.
코로나19 쇼크와 양극화 심화로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정치권의 고민은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선거 표심만을 의식해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 시장을 망치고 되레 서민들을 더 곤궁한 처지로 내몰 수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