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비극?…'정인이 사건' 직전 3배 뛴 아동학대 재신고율

2018년 4.1%→2019년 12.4% 급증
"재발방지·아동 보호 미흡과 관련"
후속 조치 실종..."인력 부족 탓"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모 장 모 씨를 태운 호송차가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아동 학대 신고 가운데 두 번 이상의 재신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신고 이후 후속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14일 서울경제가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접수된 아동 학대 의심 신고 총 3만 6,804건 가운데 2회 이상의 재신고가 12.4%(4,585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4.0%)과 2018년(4.1%)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아동 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2017년 3만 2,849건에서 2019년 3만 6,804건으로 1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재신고 건수의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도 이후 사건 조사나 피해 아동 보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인이 사건’ 역시 최초 신고 후 출동한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 기관이 피해 아동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탓에 2·3차 신고로 이어졌다.

이처럼 아동 학대 재신고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기관은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명확한 실태 파악이나 대책 마련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개별 사례들을 모두 들여다봐야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개별 사건을 대응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동 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조사·예방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 확충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허술한 사전 교육과 부족한 인원 탓에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피 보직으로 꼽힌다. 경찰 내 학대예방경찰관(APO) 역시 1인당 담당 아동 수가 6,000명을 웃도는 실정이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