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가운데) 서울 동부지검 부부장검사/사진=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은 것과 관련,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사법이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진 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격대 사법’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별건 판결”이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진 검사는 박 전 시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나치 돌격대원의 극우 테러에 빗대면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국가사회주의자들인 나치가 돌격대를 동원해 극우 테러를 벌여 공산주의자들을 살해하고, 반대파들을 재판 없이 암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진 검사는 “돌격대가 벌이는 극우 테러에 재미를 본 나치는 전국민을 돌격대화해서 유대인들을 재판 없이 학살하기에 이르렀다”면서 “100년 전 남의 나라 범죄자들 일인 줄 알았는데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별건 판단이라니”라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사진=서울시 제공
진 검사는 이어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형사 절차에서 검사의 상대방 당사자가 되는 사람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구성돼 있다”며 “궐석 재판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 검사는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엄격히는 혐의 없음 및 공소권 없음)에 대해, 한 번도 법정에서 본 일도 없는 판사가, 별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감히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내용을 기재했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가히 사법이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볼 수 있다”고 재판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여기에 덧붙여 진 검사는 “기소되지도 않았고, 단 한 번도 그 판사 앞에 출석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판사 앞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에 대해, 재판 없는 판결이 허용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도 썼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는 이날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시 공무원 A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B씨의 피해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을 언급했다. 그동안 A씨는 B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B씨가 호소해온 정신적 고통은 자기 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담치료 내용 등을 보면 B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B씨가 그 이전부터 A씨에 대한 배신감과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며, B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A씨의 범행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