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0.50%로 8개월째 동결하며 최근 증시 과열에 대해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2.03% 하락해 두 달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회복 흐름이 약화됐고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와 설비투자 개선에도 소비 위축과 고용 부진으로 회복세가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해 “현재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아직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확장 기조로 가겠다는 얘기로 보인다”며 “실제로 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기준 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을 당분간 가동하지 않겠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 시간) 프린스턴대 세미나에서 “경제가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목표를 위협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초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쏠리며 연초부터 급등한 증시에 대해 “‘빚투(빚 내서 투자)’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너무 과속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증시가 아닌 생산적 분야로 유도할 방책과 관련해 이 총재는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낙폭을 키우며 2.03%(64.03포인트) 내린 3,085.90으로 마감해 6거래일 만에 3,100선이 무너졌다. /손철·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뉴욕=김영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