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 경찰은 올해 초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인 ‘바티칸킹덤’과 일당 27명을 검거했다. 바티칸킹덤 일당은 필리핀에 체류 중인 유명 마약상으로부터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 수십억 원치 마약을 밀반입해 텔레그램에서 암호화폐를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한 62명도 경찰에 검거됐다. 구매자의 85.6%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이용하는 20~30대였다.
#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자신의 집과 차 안에서 투약했다가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필로폰을 연기로 흡입하거나 음료에 타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인과 운동선수·재벌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인식됐던 마약 사범이 일반인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찰 등이 집중 단속을 벌인 영향도 있지만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거래·소비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마약 사범은 지난 2018년 7,905명에서 2019년 1만 411명, 2020년 1만 2,209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2년 동안 54.4%나 급증했다. 경찰 등 정부 기관이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합동 단속으로 검거한 마약 사범은 2,460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1,448명과 비교하면 82.3% 늘었다.
최근 마약 사범이 급증한 것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과거보다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상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SNS나 다크웹(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 가능한 웹) 등을 활용한 인터넷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마약이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평범한 일반인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찰이 검거한 인터넷 마약 사범은 2018년 1,516명에서 2020년 2,608명까지 치솟았다. 이 중 다크웹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붙잡힌 인원은 같은 기간 85명에서 748명으로 9배 가까이 뛰었다.
인터넷이 마약 유통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10·20대 마약 사범도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 사범은 2018년 1,392명에서 2020년 3,211명으로 2.3배 증가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7.6%에서 2020년 26.3%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구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게스트하우스 등을 임차해 클럽처럼 활용하며 마약을 투약하는 경우까지 늘면서 젊은층 검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점도 마약 사범 증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지난 7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SNS, 다크웹 등 구입 경로가 다양해진 만큼 정부의 마약 대응책도 유통 경로를 사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장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거래를 하는데다 결제를 암호화폐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 마약 거래를 붙잡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추적 기법을 더욱 개발하고 국제우편 단속 등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이 단순 마약 투약에는 손을 떼고 밀수입 분야 등만 수사하게 되면서 경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서버를 추적하는 게 어렵지만 전문수사팀을 꾸려 국제 공조수사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며 “세관 등 유관 기관과 공조해 국내 반입 초기부터 집중 수사하고,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마약 유통의 고리를 단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