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2,000조 원 슈퍼 부양책, 어떤 내용 담겼나

"더 큰 비용 들수도…지금 행동해야"
취임 엿새 앞두고 서둘러 부양책 발표
코로나19 직접 대응에 4,000억달러
재난지원금·실업 수당 대폭 확대
'트럼프 탄핵' 등으로 공화당 지지 불투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조 9,000억 달러(약 2,086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의회에서 통과된 5차 부양책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양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다.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을 엿새 앞두고 서둘러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할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빠르게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팬데믹 직접 대응에만 4,000억 달러 투입

바이든 당선인의 첫 부양책은 코로나19 극복을 목표로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체의 20%가 넘는 4,000억 달러를 투입해 △신속한 백신 접종 △진단 검사 대폭 확대 △긴급 유급휴가 제공 △학교 재개 지원 △보건 종사자 확대 등 코로나19 직접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백신 접종에 약 200억 달러를 투자해 취임 이후 100일 내로 1억 회분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도 임시 백신 접종 센터와 이동식 접종 센터를 설치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진단 검사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한다. 또한 보건 종사자 10만 명을 새로 고용해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접촉자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업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학교 재개를 위해 1,300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로 학교는 학교 내 환기 시설을 확충하고 마스크와 가림막 등 보호 장구를 구비해 안전한 수업 환경을 마련한다. 또한 긴급 유급 휴가제를 도입해 아픈 사람이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돕겠다는 입장이다.


재난지원금 및 실업 급여도 대폭 확대

코로나19에 따른 실직 및 근로 시간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을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1인당 현금 1,400달러 지급 △주당 실업급여 확대 △퇴거 및 압류 조치 유예 연장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직접 지원책을 발표했다.


먼저 이번 부양책에는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난달 통과한 5차 부양안의 ‘1인당 현금 600달러’까지 합하면 재난지원금은 1인당 2,000달러로 늘어난다. 현재 주당 300달러인 연방 실업급여도 400달러로 증액하고 기존 3월이던 만료 시기를 오는 9월로 연장한다.

지난해 3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시애틀의 요양 병원인 커클랜드 라이프케어센터에서 한 모녀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도 7.5달러에서 15달러로 늘어난다. 또한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에 대해 퇴거 및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예 기간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150억 달러를 지원하고 주·지방 정부에 3,50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제공해 적극적인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유도한다.


전문가들 "바람직" 평가...공화당의 반응은?

전문가들은 재정 부담에도 대규모 부양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명예학장은 WSJ에 “지난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은 소극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양책을 환영했다. 무디스의 라이언 스위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부양책이 “올 9월까지 코로나19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만큼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공화당이다. 하원 예산위원회 소속의 제이슨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이번 부양책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미국인은 새로운 지출에 수조 달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바이든 당선인은 다음 달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정비, 기후변화 대처를 골자로 한 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도 부양책 통과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이든 당선인은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입장이라 부양책 처리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 카드를 써 부양책의 일부를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신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결정족수 과반의 찬성으로 세제와 지출 관련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은 당선인이 부양책을 통해 공화당에 화합의 손짓을 보내려 한다고 CNBC에 밝혔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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