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개월 만에 다시 열병식을 개최하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핵무기를 과시했다. 앞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 무력 강화를 선언한 후 열병식을 통해 그 성과를 직접 드러낸 셈이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 훈련에도 불참해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8차 노동당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것으로 보이는 SLBM 여러 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등장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인 ‘북극성-5형’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해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 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틀어쥔 혁명 강군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하며 수중전략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라고 밝힌 바 있다. ‘수중전략탄도탄’은 SLBM의 북한식 호칭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신형 SLBM이 북극성-4ㅅ보다 탄두부가 길어져 더 큰 다탄두를 넣기에 용이하게 바뀌었다”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SLBM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열병식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이 처음 등장하고 600㎜급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지대지미사일 등도 동원됐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10월 열병식 때 선보였던 ICBM은 이번에 등장하지 않았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는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데 곧 출범하는 조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잠수함 전력이 이처럼 강화되고 있으나 우리 군은 괌 인근 해상에서 미국 주도로 시행하는 다국적 대잠수함 훈련인 ‘시드레곤(sea dragon)’에 불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미국·호주·일본·인도·캐나다 등 5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은 미 인도태평양사의 지휘 통제를 받으며 참가국의 해상 초계기들이 가상의 적잠수함(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을 추적 탐색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들었으나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를 보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합 훈련 불참은 북한의 눈치를 보고 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구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의미가 없다. 특히 여러 나라가 함께하는 연합 훈련에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